일러스트=박상훈

이마트가 초밥, 삼겹살 등 3000여 종의 제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지난 7일 서울 왕십리·구로점을 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에 입점해 소비자가 배민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이마트 제품을 시키면 1시간 이내에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가 배달 앱과 손잡고 통상 1~2시간 이내 배송을 뜻하는 ‘퀵 커머스’ 분야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퀵 커머스가 확산하고 있다. 넓은 주차 공간, 다양한 물품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쇼핑하러 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퀵 커머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 배민, 미국의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 배달 플랫폼이 음식 배달 시장에 이어 식료품, 생필품 등 이른바 쇼핑의 본류로 배달 영역을 넓히면서 퀵 커머스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30분 내 전국 처방약 배송 서비스가 도입되고, 인도에서는 10분 내 배송을 슬로건으로 내건 업체들의 경쟁이 격화하는 등 퀵커머스 확산은 글로벌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새벽 배송도 못 기다린다

퀵 커머스 시장은 배달 음식 시장과 동의어였다. 음식을 제외한 식자재, 공산품 등은 아무리 빨라도 오전 주문 후 오후 배송 또는 다음 날 배송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 음식의 일반화와 배달 인프라가 퀵 커머스 시장을 확대했다. 퀵 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음 날 배송은 너무 느리다’ ‘배달비 3000원을 내더라도 당장 받고 싶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퀵 커머스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음식의 일반화로 배달업 종사자가 40만명에 달하면서 음식을 넘어 다른 물품의 초고속 배달 서비스도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 관리를 돕는 IT의 발달도 퀵 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민은 지난 2019년 신선 식품, 생활용품, 소형 가전 등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배민B마트)를 내놓았다. 일찌감치 음식 배달 외의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편의점 기업들도 퀵 커머스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퀵 커머스 서비스가 가능한 GS25 점포는 1만5000여 개에 달한다. CU와 세븐일레븐도 퀵 커머스 가능 점포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새벽 배송을 해왔던 컬리도 지난 6월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구로점과 왕십리점에서 퀵 커머스를 시험하고 있는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확대를 위해 테스트 차원에서 (퀵 커머스를) 도입했다”며 “2개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며 테스트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9년 9억명이 퀵 커머스 이용

한국뿐 아니다. 세계 최대 유통 기업 미국 월마트는 현재 미국 6주(州)에서 처방약 30분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내년 1월까지 미국 49주에서 처방약 30분 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해 60분 내에 처방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도 퀵 커머스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배달 앱 업체 스위기, 조마토 등은 ‘10분 내 배달’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퀵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식료품뿐 아니라 아이폰 등 전자제품도 10분 이내에 배달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퀵 커머스 시장은 2018년 약 35조2900억원 규모에서 올해 23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태티스타는 2029년 전 세계 9억명이 퀵 커머스를 이용해 글로벌 퀵 커머스 시장이 37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

주문 상품의 ‘즉시 배송’이 가능한 전자 상거래 분야를 뜻한다. 통상 소비자가 1~2시간 내에 주문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서비스 품목은 음식에서 시작해 식자재, 전자 제품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