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가 추진하는 약 5700억원 규모 양수발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 입찰했다. ESS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불규칙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서 필수 설비다. 배터리 업계의 본업(本業)이던 전기차 배터리에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지자, 이차전지 기술과 생산 시설을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는 ESS 사업으로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100MWh 규모 ESS 시설.

LG엔솔이 입찰한 폴란드 ESS 사업은 발전소 인근에 900MWh(메가 와트시) 저장 용량을 갖춘 ESS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LG엔솔은 에너지 저장 전환 효율 85%에 사업비 약 5700억원을 제안했다.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83%·8300억원)보다 가격과 효율 모두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며 쌓은 기술력에서 앞선다는 분석이다.

AI(인공지능) 산업 확대에 따라 전력 소비가 늘고 신재생에너지 이용도 증가하면서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ESS 수요는 꾸준하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꾸준한 유럽에서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7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까지 76.6GWh로 약 6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엔솔은 캐즘 여파가 빠르게 닥친 유럽 시장에서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자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 7월 미국 시장에서 1조원 규모 ESS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 ESS 배터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ESS용으로 주로 쓰이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연구·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최근 LFP 셀 검증을 마치고 제품·설비·콘셉트 등을 확정해 울산 사업장에 마더라인 구축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북미에 LFP 배터리 생산 거점도 검토 중이다.

SK온도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일부 ESS로 전환하는 동시에 차량 충전용·선박용 ESS 시장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북미에서 ESS 화재 안전 인증을 받은 ‘열 확산’ 방지 설루션(Solution) 등 안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