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트럼프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는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15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파격 인사 역시 이런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 등을 비롯한 친환경차 정책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가 CEO를 맡은 테슬라가 견고하게 미국 내 전기차 시장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에 의존했던 전기차 후발 주자들은 전기차 전환의 징검다리로 여겼던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리는 등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동시에 새로 출범할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관세를 높이면, 미국 수출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현지 공장을 더 짓는 방식으로 투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에 대응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수출을 확대하며 해외 진출에 더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 자동차에 1000%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수출길을 열기 위해 BYD(비야디)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나 중동, 남미 등의 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각 시장에 진출해 있는 현대차·기아 등 우리 기업들과의 경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유럽은 수요 침체에 중국차 공습까지 더해져 산업 재편이 시작됐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 그룹이 현재 독일 내 공장 최소 3곳을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구조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푸조, 피아트 등이 속한 스텔란티스가 유럽 일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19년 1~9월 1177만대였던 유럽연합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1~9월 799만대로 32%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진출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중저가 전기차 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그 여파가 주요 기업들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