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월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모습. 그는 이날 비트코인을 금처럼 미 중앙은행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상화폐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가상화폐의 큰 손을 뜻하는 ‘고래(whale)’들이 잇따라 움직이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9만달러(약 1억2500만원)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활성화되자 수천개의 비트코인을 휴면계좌에서 거래소로 옮기는 등 매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점차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고래’들이 움직인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각) 한 ‘고래’가 2000개의 비트코인을 휴면 지갑에서 코인베이스로 옮겼다. 이 고래는 지난 2010년 처음 비트코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치는 개당 0.06달러로 전체 가치도 120달러(약 16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한 프로그래머가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구매하는 등 사실상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였다.

하지만 16일 오전 현재 비트코인 2000개의 가치는 2540억원 수준으로 무려 150만배가 뛰었다. 이뿐 아니라 최근 업계에선 ‘고래’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가상화폐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와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5년 이상 비활성 상태였던 가상화폐 지갑들의 움직임은 최근 2개월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휴면 지갑에서 거래소로 비트코인이 옮겨진 것을 잠재적인 매각 신호로 본다.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묵혀오며 가치 상승을 기다렸던 큰 손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량 매도에 나서면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 영향으로 지난 13일 사상 처음 9만3000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튿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는 발언도 낙폭을 확대했다. 당장 다음달 기대됐던 추가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만에 다시 9만달러 고지를 탈환했고, 16일 현재 9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거래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 밀고있는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

이처럼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트럼프 2기에서 각종 가상 자산과 관련한 규제가 약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에서 ‘가상 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 같은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갖고 있거나 미래에 취득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행정부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밀고있다.

가상 화폐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금융정보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는 “(내년 1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저항 없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2만1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는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과열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