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지급하는 최대 7500달러 규모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5일 국내 증시에서 LG에너지솔루션(-12.09%), 삼성 SDI(-6.81%)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조금 수령을 전제로 최근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했는데, 배터리 3사의 대미 투자 금액만 50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IRA 보조금 폐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 불확실성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고 향후 미국 측과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바이든 정부의 수백조 원대 IRA 보조금에 대해 ‘신종 녹색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전면 폐지를 시사해왔는데, 당선 직후 폐지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에너지정책팀은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자택에서 잇따라 회의를 갖고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 보조금은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전기차 관련 투자를 유치하고,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 2022년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한 것이다. 이 정책에 호응하며 이미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차량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며 전기차 업황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비싼 가격을 보조금으로 상쇄해왔는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인 세액 공제 혜택이 없어질 경우, 전기차·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IRA 보조금 때문에 정부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자주 비판하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끝내겠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보조금 폐지를 지지해왔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테슬라 실적 발표 때 보조금 폐지에 대해 “경쟁자들에게 치명적(devastating)일 것”이라면서 “테슬라도 약간 다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는 테슬라,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이 약 10%로 2위, 포드 약 7%, GM 약 6% 순이다. 테슬라는 보조금 폐지에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맞출 수 있지만, 후발 주자인 경쟁사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