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약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지난 3월 냈던 경찰 고발을 취소했다. 한화오션은 22일 “해양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의 ‘원 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로 지연되던 KDDX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고발 취소가 양 사의 완전한 화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양 사가 ‘공동 건조’냐 ‘단독 건조’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고발 사건은 KDDX ‘입찰 자격’ 문제에서 시작됐다. 한화오션은 작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자, 방사청에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은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방사청은 “대표나 임원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입찰을 제한하지 않았고,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 임원의 개입 정황도 수사해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대승적 차원에서 고발 취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K조선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원 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경찰청도 조만간 수사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개념 설계, HD현대중공업이 기본 설계를 각각 맡았고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이 다음 단계다. 관행대로라면 기본 설계 업체가 수의계약을 맺고 상세 설계·초도함 건조를 맡는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양 사의 ‘공동 건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단독 건조를 원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한화의 고발 취소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도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 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이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