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모습을 AI로 복원한 영상의 한 장면. /한국고등교육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이 50주년을 맞아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모습을 인공지능(AI)을 통해 구현해 공개했다. 이 재단은 1974년 11월 26일 최 선대 회장이 사재 5540만원을 털어 시작한 것으로, 반세기 동안 5128명의 인재를 지원했다. 939명을 해외 유학 보냈고 박사 학위를 딴 인재만도 952명에 이른다.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면서 사람을 심는다’는 이 말을 재단의 신념으로 삼았다. 회사 홍보로 하는 일이 아니라며 재단 이름에도 선경이나 SK 같은 단어를 못 쓰게 했다.

설립 50주년인 지난 26일 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SK 관계자와 재단 장학생 등 300여명은 그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AI로 재현한 영상 속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씨앗을 심어라’라고 했는데 큰 나무로 성장하는 꿈을 가지라는 뜻도 있었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는 뜻이었다”며 “우리는 자네가 심은 씨앗이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을 따져볼 시간에 남들보다 먼저 도전을 시작하고 가끔 흔들려도 절대 꺾이지 않는 굳건한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한 뒤 “50년 전에 내가 꿈꿨던 이상으로 재단을 성장시켜준 최태원 이사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 영상을 본 최태원 SK회장은 웃으며 “선대 이사장님은 ‘최태원 이사장 수고했네’ 이런 얘기는 절대로 안 하실 것 같다”면서 “”이것 밖에 못하냐’면서 좀 더 잘해라 하는 야단을 치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저도 언젠가 AI로 나와서 ‘좀 더 잘해라’ ‘좀 더 잘하자’ 이 얘기를 계속해서 할 것 같다”거 했다.

재단 1호 유학 장학생인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현 태재대 총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한국인 최초 미국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하버드대 화학 및 물리학과 석좌교수, 미국 예일대 첫 아시아인 학장인 천명우 심리학과 교수 등이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한편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35)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장남 최인근(29) SK E&S 패스키 매니저도 현장에 참석했다. 세 사람이 공식 석상에 나란히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 회장은 두 자녀가 동석한 데 대해 “레거시(전통)니까 훈련받아야 한다. 할아버지가 뭐 했고 아버지가 뭐 했는지를 보고 사람들을 알아야 본인들이 미래 세대에 대해 알아서 기획해 나간다”며 “의무적으로 참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