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기 송전망 건설 지연 사례였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이 마침내 공사를 끝내고 전력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전력은 당초 2003년 송전선 공사를 시작해 2012년 6월 준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 반대와 지자체 소송 등으로 준공 일정이 150개월 미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부터 북당진-신탕정 송전선이 전력 공급을 시작했고 다음달 초 정식 준공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송전선은 태안화력 등 서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충남 당진, 아산을 거쳐 수도권 남부로 보내는 송전선이다. 지난해 서해안 발전소에서는 송전선이 부족해 최대 3.4GW(기가와트)의 발전 제약이 발생했다. 국내 최대 규모 석탄화력발전소인 태안화력의 발전 용량이 약 6.5GW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송전선 부족으로 인해 멈춰 있던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세워진 송전탑 모습. /장련성 기자

산업부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 준공으로 총 1.3GW의 발전 제약이 해소될 전망”이라며 “그간 이만큼의 전력을 석탄화력 대신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구매하면서 발생한 비용이 연간 35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천안‧아산 일대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역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의 150개월 준공 지연은 국내 최장 기록이다. 당진시 일대에는 기존에도 송전 설비가 다수 구축돼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송전탑 27기 등 신규 설비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히자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당시 당진시 측은 “당진에는 이미 189㎞나 되는 송전선로와 526개의 송전탑이 있다”며 추가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을 설득해 송전탑을 건설할 입지를 확보하는 데만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됐고, 이후에는 인허가를 거부하고 진입로와 작업장 공사를 중지할 것을 명령한 당진시와 한전의 갈등이 계속됐다. 결국 2017년 2월에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지난 끝에 공사가 완료된 것이다.

산업부는 향후 송전선·송전탑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송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른 지원금이 지급되는데, 이 지원금은 2014년 1월 송주법 제정 후 10년 넘게 인상되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송주법 시행령을 다음달 초까지 개정해 내년부터는 이 지원금을 기존 대비 18.5%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전력망 특별법 역시 인허가 특례, 보상·지원책 확대 등 송전망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개선 방안을 규정하고 있다. 이옥헌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주민반대와 지자체 인허가 비협조로 인한 대표적인 전력망 지연 사례”라며 “전력망 특별법이 통과되면 범정부·지자체가 함께 전력망 논의에 참여하는 지역 상생형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