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10건이 발의돼 있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은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예산·기금 등을 건설 비용과 지역 주민 보상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국내 송·배전망 건설은 전기 판매 사업자인 한전의 몫이다. 하지만 부채가 200조원을 웃돌고, 하루 이자만 120억원 넘게 내는 재무 위기에 처한 한전에만 맡겨놓고 있어서는 해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와 같은 345kV(킬로볼트)급의 경우, 철탑을 이용한 지상 선로는 1㎞당 32억2000만원이 들고, 땅에 매설하는 지중(地中) 선로는 258억원이 든다. 빚을 내서 이자 갚기에도 급한 한전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규모다. 2010년대 초 이른바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국책 사업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주민 동의도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입지 선정과 사업 승인에만 최소 4~5년이 걸리고, 북당진~신탕정처럼 10년 이상 걸리는 송배전망도 많다. 투자 규모나 갈등 해결에서 공기업인 한전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망은 반도체 등 산업뿐 아니라 전기요금 등 민생과도 직결돼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자칫 전력 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공감대 속에 여당에서 3건, 야당에서 7건을 발의했다. 하지만 막판 여야 지도부 합의까지 이뤘으나,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21대와 같이 22대에서도 통과는 미지수다. 지난 26일 열린 국회 산자중기위에선 다른 법과 정쟁에 밀려 전력망 특별법은 안건으로 다루지도 못했다.
전력망 투자를 국가 현안으로 삼고 전력망 확충을 위해 과감하게 제도 개선에 나서는 미국, 중국 등 해외 각국과 같은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