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8일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에 그룹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실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반도체 쇄신에 나선 삼성이 경영진단 기능을 부활시키며 본격적으로 그룹 계열사 경영의 고삐 죄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단행한 전자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도 엔지니어 출신을 일제히 전면에 내세우면서 초격차 기술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위기 빠진 주력 사업 지원
경영진단실은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각 계열사 사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던 기능과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 미전실 경영진단팀은 ‘삼성 내부 검찰’이란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 감사 기능은 각 계열사 산하 경영진단팀으로 흩어졌고 규모와 위상 역시 축소됐다.
삼성은 경영진단실 신설에 대해 “과거처럼 감사 기능을 담당하진 않고, 관계사의 요청에 따라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라며 “관계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실장을 맡은 최윤호 사장은 미래전략실 전략팀과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경영지원실장(CFO) 등을 두루 거친 ‘전략·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이후 삼성SDI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그가 경영진단 조직의 수장(首長)을 맡으면서, 삼성 안팎에선 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과 개선 작업이 한층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도, 삼성은 전자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지원TF에 미전실 출신 박학규 사장을 배치하며 조직을 한층 보강했다. 박 사장은 미전실 경영진단팀장을 거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CFO, 세트(완제품) 부문 CFO를 모두 지냈다.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한 이후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을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주력 사업의 부진과 품질 불량, 잇단 사고 등과 맞물려 과거 ‘관리의 삼성’이라 불렸던 특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현재 전자와 물산, 금융 등 3개 주요 사업부별로 각각 TF팀을 만들어 각 계열사별 이슈를 조정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도 지난달 발표한 ‘삼성 준감위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을 주장한 바 있다.
◇전자 계열사 대표, 엔지니어 출신 중용
이날 삼성은 전자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전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이은 것으로, 일제히 엔지니어 출신을 중용하며 기술 분야 힘 싣기에 나섰다.
삼성SDI 대표이사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D램 개발실장, 반도체 부문 미주총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는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를 담당하던 이청 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이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과 공정 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삼성SDS 대표이사에도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MIT 박사 출신의 IT·통신 기술 전문가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지냈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 리더십을 보유한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초격차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