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른바 ‘메가 캐리어(Mega Carrier)’로 불리는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8일(현지 시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유럽연합(EU) 당국이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1988년부터 36년 동안 유지돼온 한국의 양대 국적 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계 11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미국의 문제 제기가 없으면 합병은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양사가 합쳐지면 매출 20조원대의 초대형 항공사가 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가 캐리어 중심의 글로벌 항공 시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최신 세계 항공 운송 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단순 합산할 경우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에서 세계 1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 톱10에 있는 항공사의 대부분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메가 캐리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라며 “글로벌 항공 시장은 메가 캐리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사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졌다. 미국 델타항공은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해 세계 최대 항공사로 성장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도 6개 항공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메가 캐리어가 되면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후 대한항공은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15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80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합병 시 통합 항공사는 23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작년 기준 통합 매출은 21조1072억원, 총 직원 수는 2만7470명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수·통합 후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경우 노선과 스케줄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마일리지 통합 사용 등으로 편익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문 통과하면 2년 후 통합 완료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시한 뒤 기업결합을 위해 14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13번째인 EU 경쟁 당국의 최종 승인이 나면서 마지막 관문인 미국만 남았다.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별도의 승인 절차가 없다. 대신 독점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은 합병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사실을 미국에 통보했다. 미국에서 문제 제기가 없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건 아니다. 대한항공은 내달 20일까지 잔금 80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1억3157만8947주(지분 비율 63.9%)를 취득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2년 동안 자회사로 운영한 뒤 최종적으로 브랜드 통합을 하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는 2년 동안 마일리지 제도 통합,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3사 통합 작업 등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