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산업부 1차관이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여는 모습. /연합뉴스

동해 심해 가스전인 ‘대왕고래’ 첫 시추 관련 예산 497억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된 것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결위에서 강행 처리한 내년도 산업부 예산안은 정부안보다 675억원 줄어든 11조4336억원이었다.

박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은 에너지 안보와 국가 경제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중국 4만8779공, 일본 813공 등 주변국이 공격적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크게 뒤처진 우리가 부존 자원을 확인하려는 시도를 막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관은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1차공 탐사 시추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부의 책무”라며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 개발 출자를 지원해왔음에도 예산 전액을 삭감해 지원을 갑작스레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동해 심해전 첫 시추 작업에 약 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정부 예산과 석유공사의 재원을 분담해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 마련에 차질이 빚어져 정부 지원이 약화된다면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석유공사의 재정 부담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추 작업이 시작된 만큼 감액된 예산안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석유공사 재원만으로 자체적인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광제도를 개편하기 전에 1차공부터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여러 대안을 폭넓게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박 차관은 “시추선이 오는 10일 부산항에 도착하는 만큼 이미 시추 작업은 시작됐다”며 “예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불발된다면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내년도 산업부 예산안을 삭감한 여파가 반도체 산업 지원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산업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용수·전력 등)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시설에 대한 지원 예산이 전혀 포함돼있지 않았다”며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키우는 것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반도체 같은 국가 전략 산업이 없다면 민생도 튼튼한 국가 재정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