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에서 구두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구두 신는 사람이 줄면서 구두 브랜드 매장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구두는 운동화와 달리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 게다가 운동화보다 단가가 높아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백화점은 구두 매장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백화점에서도 구두 매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백화점에 들어서면 1층에 구두 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던 시절은 한참 전에 지나갔고, 지하나 지상 층으로 떠밀리다가 아예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3층에 있던 구두 매장은 6층으로 이동했다. 자리만 옮긴 게 아니다. 이전까지 12개의 구두 브랜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해 있었는데, 이동하면서 생존한 브랜드는 탠디와 금강 2개뿐이다. 10개 브랜드가 짐을 싸서 나간 것이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 8월 입점 업체 개편을 하면서 3층에 있던 구두 구역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이전까지 13개의 구두 브랜드가 있었는데, 9개가 퇴점했다. 살아남은 브랜드 4개 가운데 국내 구두 브랜드는 탠디 1개뿐이다.
구두 회사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금강제화 운영업체 금강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10년 전 매출은 3065억원이었는데, 올해 매출은 1063억원으로 줄었다. 구두 신는 사람이 줄면서 2011년 1266곳이었던 서울의 구둣방(구두수선대)은 올해 9월 기준 763개로 줄었다.
백화점들은 구두 브랜드를 뺀 자리에 패션 브랜드나 최근 수요가 많은 러닝화 편집 매장을 넣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7월 스니커즈(운동화) 특화 구역을 만들었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3월 운동화 전문 브랜드를 대거 추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구두를 신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구두 매장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구두를 파는 매장을 백화점에서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