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5일 추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유임한 가운데 SK디스커버리 CEO를 교체했다. 사장 승진자는 2명으로,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신규 임원 규모도 75명으로 작년(82명) 대비 소폭 줄었다. 임원 감축,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 대대적인 ‘리밸런싱’(조직개편)에 착수한 그룹 분위기가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이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SK디스커버리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재무통’인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도 사장 승진과 함께 SK하이닉스 개발총괄(CDO)을 맡는다. SK 측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램과 낸드 기술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에 대해, SK는 “이미 연중 수시 인사를 통해 5명의 CEO를 교체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경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수시 인사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신규 임원은 총 75명으로, 이 가운데 3분의 2는 사업, 연구개발(R&D), 생산 등 현장과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출신 인사를 계열사에 대거 배치하며 ‘일류 DNA’ 확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작년말 SK온 CEO에 이석희 사장을 선임한데 이어 이번에는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했던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SK온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또 SK실트론과 SK㈜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전환 배치한다.
또 ‘트럼프 2기’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중국 등 대관 라인을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또 미 무역대표부 비서실장 출신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그룹 북미(北美) 대관 총괄로 선임했다.
인공지능(AI)을 전면으로 내세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했고, 그룹 차원의 AI R&D센터도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Global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TF(태스크포스)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지주사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AI를 비롯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조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기술, 현장, 글로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며 “연중 한발 앞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 정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