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 내 명물인 벽화를 디자인한 작가 루이스 넬슨씨가 4일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95년 7월 건립된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은 연간 400만명이 방문하는 한미 동맹의 상징과 같은 장소다.
이곳엔 두 개의 명물이 있는데, 하나는 1995년 조각가 프랭크 게일로드가 제작한 스테인리스 스틸 조형물 ‘19인 용사상’이고 , 또 하나는 2022년 그 옆에 조성된 ‘추모의 벽’이다.
넬슨은 이 ‘추모의 벽’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이 벽에는 6·25 때 전사한 한미 군인 4만3000여 명의 이름과 2400명의 참전 용사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넬슨은 5년 동안 길이 약 50m의 화강암 벽면에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6·25전쟁 사진 2400장을 바탕으로 참전 용사들의 얼굴을 새겨 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넬슨은 생전 인터뷰에서 “(전쟁 사진에서 본) 사람들의 눈빛을 벽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이름 없이 물결 모양으로 배열된 참전 용사들의 얼굴은 관람객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사진의 배치가 한국의 험준한 산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넬슨은 6·25전쟁 발발 당시 13세였지만, 대학을 다니며 참전 용사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 또 1961년 독일에 베를린 장벽이 들어설 무렵 서독에서 헬기를 조종하는 육군 대위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 넬슨은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이었고, 사망하기 12일 전에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주한 미군 사령관 출신인 존 틸럴리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이사장은 “소중한 친구인 넬슨의 열정과 천재성은 그가 디자인한 벽화 속 2400개의 얼굴에 영원히 반영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