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비밀유지계약을 어기고 과거 자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투자 검토 목적으로 제공받았던 자료와 미공개 정보를 경영권 분쟁에 이용한 정황이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냈다.

장형진(왼쪽부터)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스1

고려아연은 “MBK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 및 검사가 필요하다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회사의 미래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투자 유치를 위해 MBK 측 ‘스페셜 시추에이션스’와 접촉했다. 스페셜 시추에이션스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 나선 MBK의 바이아웃 부문과 다른 투자 부문 운용 주체다.

당시 MBK 측은 112페이지에 달하는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았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MBK가 이 자료를 지난 9월 중순 본격화한 경영권 분쟁에 활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MBK는 최종 투자는 진행하지 않았는데, 자료에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사업 전망, 예상 매출액, 미래 기업가치 추정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투자 자문 관련해 비밀유지계약(NDA)은 지난 5월 종료됐다.

고려아연 측의 비밀유지계약 위반 주장에 대해 MBK는 “당시 고려아연 투자를 검토했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과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바이아웃‘ 부문이 상호 정보교류가 차단된 채 운영되고 있다”면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김광일 MBK 부회장도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NDA 기한은 올해 5월에 끝났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선언은) 그 이후의 일”이라며 “관련성이 없는데 왜 자꾸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에서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주주환원과 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개선 방안을 이사회 확대 개편 뒤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15일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에 더해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중심으로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핵심은 과거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 받았던 신사업 관련 자료들이 시장에는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정보’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은 비밀유지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이용 그 자체만으로 위법한 사안이며 강력한 법적 처벌 대상”이라며 “금감원에 MBK가 ‘미공개중요정보’를 적대적 M&A에 활용했는지 조사하고, 검사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