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이 40년만에 바뀐다. 편지가 사라지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이제 소형 소포도 받고, 커피캡슐과 폐의약품까지 회수하는 ‘다목적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ECO(에코) 우체통’을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기존 우체통은 일반 편지밖에 받지 못했지만 이젠 등기 우편과 소형 소포까지 받을 수 있도록, 우체통의 덩치와 투함구 역시 커진 것이 특징이다. 또 ‘ECO함’을 따로 마련해 커피캡슐과 폐의약품까지 별도 회수가 가능해졌다.

새롭게 도입되는 ECO 우체통.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올 연말까지 서울 종로구, 강남구 전역과 서울 시내 총괄우체국 22곳 등에 총 90여개의 새 우체통을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1984년 처음 ‘빨간 우체통’이 등장한 이후, 큰 변화없이 유지돼왔던 우체통의 기능과 모습이 40년만에 크게 변하는 것이다. 그간 플라스틱이었던 우체통의 재질도 철제 강판(鋼板)으로 바뀐다.

이는 ‘편지 수거’라는 본연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메일, 카카오톡 등 디지털 의사소통 수단이 확산하며 개인간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은 크게 줄었다. 또 개인간 중고거래 등 소포 주고받는 일은 많아졌는데, 구멍이 작아서 정작 우체통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현재 전국 우체통은 8066개인데 이런 문제 때문에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며 “새 우체통의 이용 추이를 파악해 점차 설치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새 우체통은 총 변의 합이 60cm 이내인 작은 소포(우체국 2호 상자 크기, 27cm×18cm×15cm)를 넣을 수 있다. 또 일반 우편뿐 아니라 등기 우편도 접수가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우체국 홈페이지나 앱에서 요금을 결제하고, ‘사전 접수번호’를 소포나 우편물에 기록한 다음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우체통의 투함구가 커지면서 쓰레기를 투입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의 걱정거리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통에 휴지 같은 오물을 버리면 범칙금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