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이 국회로 가 반도체 특별법, 첨단전략산업 기금법 등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급한 법안을 조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빠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요구했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시한(21일)을 나흘 앞두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국회증언법) 시행을 막아 달라고 17일 긴급 성명까지 냈다.

한국 경제가 1%대 성장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비상계엄과 탄핵 등의 사태로 주요 현안 논의가 중단되다시피 하자 기업들은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현재 성장률 저하라는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면 거시지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럴 때 여야가 협력을 통해 쟁점이 없는 법안만이라도 올해 안에 통과시켜 준다면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회장도 “반도체 산업 등의 보조금 지원과 근로시간 규제 완화 관련 입법을 추진해 달라”면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등은 더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 등 6개 경제 단체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같은 의견을 냈고, 지난 16일에는 경제 6단체 대표들이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만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피해가 크니 경제 부처 장관들이 중심을 잡아 달라”고 했다.

경제 6단체는 이날 ‘국회증언법’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도 요청하는 취지의 성명도 냈다. 국회증언법은 개인이나 기업이 개인 정보 보호,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국회의 서류 제출 요구와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질병이나 해외 출장 때는 화상 등으로 원격 출석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세계적으로 정보 경쟁이 치열한 첨단 산업 분야 기업들은 국회 요청을 따랐다가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 6단체는 성명에서 “국내 외국 기업들도 국내 사업을 다시 고민할 수 있다”면서 “또 해외 출장 중인 기업인에게 화상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분초를 다투는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