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80년대엔 이 회사에서 펴낸 위인전집이나 백과사전 하나 없는 집이 없었다. 어린이 도서와 전집 출판 제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온라인 기반 학습지로 시장을 장악한 금성출판사 얘기다. 1965년 창업 이후 약 60년을 거치면서 금성출판사는 위기마다 오히려 매출을 끌어올리는 종합 에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금성출판사는 1965년 ‘어린이 첫걸음’이라는 단 네 권짜리 책을 펴내면서 시작했다. 설립 당시만 해도 금성출판사는 창업자인 고(故) 김낙준 회장의 서울 중구 초동 자택에 편집부를 두고 창고에서 출간했던 ‘구멍가게’ 수준의 사업장이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김 회장의 차남 김무상 금성출판사 대표는 “회사 초창기 5년가량은 대부분의 서적을 집에서 퍼내야 했다. 경영 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순간도 서너 번은 된다”고 했다.
부침을 겪던 금성출판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위인전·세계문학전 같은 전집물이었다. 당시로선 드물게 지방 영업 체제를 구축, 전국 구석구석까지 책을 팔며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했다. 1978년 3차 교육과정부터는 교과서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촘촘한 전국 총판망이 큰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펴낸 누적 교과서 수가 1억6308만부 정도다.
외환 위기를 맞으면서 금성출판사는 변신을 거듭한다. 전집과 교과서 제작 및 판매에 주력하는 제조 업체로 컸지만, 1997년 12월 출판 업계에 불황이 닥치자 신사업을 시작해야 했다. 금성출판사는 교과서·참고서를 만들어온 노하우를 살려 초등생 전 과목 학습지 ‘푸르넷’을 시작했다. 전국 영업을 뛰던 직원들을 재교육, 직접 학생을 모았다. 새 서비스는 짧은 기간에 소문을 탔고 1999년엔 방문 교사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을 더욱 확장했다. 2001년 국내 최초로 연 전 과목 공부방 ‘푸르넷 공부방’도 히트를 쳤다. 대교, 교원,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등이 주름잡던 학습지 시장을 흔드는 신흥 강자가 된 것이다. 지금도 푸르넷 공부방은 매년 금성출판사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전국 2100여 곳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2020년엔 또 다른 위기를 겪었다. 당시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 학습지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금성출판사는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를 줬다. 비대면 양방향 화상 수업을 강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77억원이던 영업 이익을 지난해 139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작년 매출은 780억원 정도다. 김 대표는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했다.
저출생에 따른 교과서 수요 감소에 더해 내년부터는 전국 초·중·고에 순차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출판 부문에서 주력이었던 종이 교과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출판사가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던 종이 교과서와 달리 AI 디지털 교과서는 소프트웨어 업체와 상당 부분을 나눈다”고 했다.
최근엔 ‘시니어 고객’을 겨냥해 신사옥을 종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바꾸고 전시 사업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수십 년 전 저희 교과서를 보던 학생과 책을 사줬던 부모님이 이젠 새 고객”이라면서 “출판 제조업에서 에듀테크 기업으로, 종합 문화 기업으로 계속해서 시장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