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통신 3사 대리점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해온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도입된 지 1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단통법 이전만해도 통신 3사가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뿌리면서 대리점마다 휴대폰 가격이 천양지차로 차이가 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됐고, 이에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과 함께 통신사들은 공시한 만큼의 보조금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보조금 차별화 경쟁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일각에선 “단통법은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을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없앤 호갱(호구+고객)법”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국회 법사위는 17일 전체 회의를 열고 단통법 폐지안과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 법안들을 의결했다.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만큼 폐지안은 오는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소비자 이익 침해한 보조금 규제 폐지
단통법 폐지안은 그동안 규제해 온 공시 지원금은 물론, 유통점에서 소비자에게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공시 지원금의 최고 15%)을 없애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는 통신 3사에서 월요금 25% 할인(선택 약정 할인)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새로 근거를 마련해 이날 함께 통과시켰다. 지원금 상한을 없애 통신사 간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 제한이 풀린다면, 소비자는 새 스마트폰을 살 때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찾아 통신사를 바꿀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진다. 현재는 통신 3사가 단통법 때문에 새 스마트폰을 사면서 통신사를 그대로 유지한 소비자(기기 변경)나 다른 통신사에서 옮겨 온 소비자(번호 이동)에게 모두 같은 보조금을 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통법이 없어지면 타사에서 옮겨 오는 소비자에게 이전처럼 보조금을 더 배정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조금을 더 받고 스마트폰 구매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비싸지는 스마트폰 구매 부담 줄일 듯
이번 단통법 폐지에는 최근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 비싸지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줬다. 예를 들어 지난 2022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2울트라만 해도 출고가가 145만2000원(256GB 모델 기준)이었는데,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4울트라는 169만8400원으로 약 24만원이 비싸졌다. 애플 역시 2년 전 아이폰14프로맥스의 출고가가 175만원(256GB 모델 기준)이었는데, 올해 출시된 아이폰16프로맥스는 약 15만원 비싼 190만원이다.
보조금이 활성화되면 통신 3사들의 경쟁이 다시 벌어져 단말기 구입시 가격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단통법 시행으로 인해 점점 통신 3사 간 암묵적으로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에 주로 1000만건이 넘던 번호 이동은 단통법 첫해(2014년) 800만건대로 떨어졌고, 이후 2018년부터 500만건대로 떨어졌다. 번호 이동 경쟁이 줄어든 반면, 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08억원으로 전년(4조3834억원)보다 늘면서 3년 연속 4조원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을 위한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줄여 결국 통신 3사가 영업이익을 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 조치가 너무 늦어져, 이미 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통신 3사가 예전과 같은 수준의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통신 3사가 이미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어 과도한 보조금이 제 살 깎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 통신 3사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10월 도입된 법이다. 통신사들에 지원금을 공시토록 하고, 이보다 많이 쓰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또 대리점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추가 보조금도 공시된 지원금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게 해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