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앞에 송년 모임과 회식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내수 침체 장기화에다 탄핵 국면까지 겹치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이 심해지자 기업들이 대대적인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9일 4대 그룹을 비롯한 427개 회원사에 내수 활성화를 위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여기엔 ‘연말연시 행사·모임 예정대로 진행’, ‘임직원 잔여 연차 사용 권장’, ‘비품과 소모품 선구매’, ‘행사 조기 계약 및 계약금 선지급’, ‘협력사 납품 대금 조기 지급’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달 초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혼란이 이어지면서 많은 직장인이 송년회나 여행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내수가 한층 얼어붙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소상공인 1630명을 긴급 설문한 결과, 88.4%는 “비상계엄 사태로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전국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도 이달 첫째 주(2~9일) 전국 외식 사업장 매출이 전년 대비 9% 줄었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17일 국회의장과 간담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전국 73개 상의가 소비 진작 캠페인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4단체(대한상의·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중기중앙회)도 내수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내수 부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경협이 19일 발표한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53%는 ‘내년 소비 지출을 올해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축소 이유는 고물가 지속(44%), 소득 감소와 실직 우려(15.5%),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8.5%)였다. 이번 조사에서 하위 60%에 해당하는 소득 1~3분위는 내년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상위 40%인 4~5분위는 오히려 소비를 늘리겠다고 답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도 보였다. 한경협은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