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수입 규제와 경기 회복 부진 등 여파로 내년 1분기 우리 기업 수출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북미·유럽에서 수요가 둔화한 가전 수출 전망이 어두웠다.
22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1로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국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분기 수출 경기 전망을 물은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직전 분기보다 상황이 안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건 올해 1분기(97.2) 이후 4분기 만에 처음이다. 연구원은 “응답의 92.7%가 지난 4일(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제출돼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덜 반영됐을 수 있다”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주요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이 100보다 낮은 값을 기록해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가전(52.7) 품목은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 유럽연합(EU)의 수요가 위축돼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64.4) 수출 전망도 좋지 않았다. 연구원은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인한 경합이 심해지고, 전방 산업재고도 증가하면서 수출 여건 악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반면 선박(146.4), 자동차·자동차부품(130.7) 등은 전분기에 이어 수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조사됐다.
항목별로 보면 수입규제·통상마찰(74.5), 수출상품 제조원가(82.7)’ 등 9개 항목에서 여건 악화가 전망됐다. 대부분 항목이 100 이하를 기록한 가운데, 주요국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규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석유제품과 자동차·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수출단가(106.2) 여건은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으로 평가됐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 수출 기업들은 각국의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