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기 모습. /뉴스1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이 우리나라 항공 산업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로 항공 MRO가 꼽힌다. MRO는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정비(Overhaul)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대한항공은 MR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규모가 커지는 만큼 MRO 분야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2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통합 이후 양사 항공기 정비를 대한항공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통합 이후 항공기 대수만 230대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종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정비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A350-900 15대, A330-300 15대, A321-200 12대, A321neo 10대, 보잉 777-200 9대 등 여객기 총 68대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대한항공에서 정비한 경험이 있는 기종들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항공기 대수가 대폭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정비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항공기 건강 상태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실제 고장이 나기 전 미리 조치하는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다. 항공기 엔진·부품 결함이 뒤늦게 발견되면 지연 운항이나 결항·회항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지정비는 이 같은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는 가능성을 낮춰준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세계 최초로 무인 드론 자율군집 기술을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적용한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기존보다 점검 정확도를 높이고 소요 시간도 60% 단축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를 대비해 엔진 정비를 포함한 MRO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국제공항 근처 운북지구에 신(新) 엔진 정비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연면적 약 14만200로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한 이후부터 정비 부문 인력 교류를 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55년 넘게 축적해 온 정비 노하우를 공유하고 직원들 간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MRO 사업을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통합 이후 국내 항공사는 물론 해외에서도 MRO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질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이미 델타항공과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정비를 일부 수행하고 있는데, 타 항공사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는 지난 11월 보고서에서 2034년까지 전 세계 민간 항공기 보유량이 3만4000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른 전 세계 항공기 MRO의 시장 규모 가치도 약 1240억달러(17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자체 정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기술과 시설 등 제반 정비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