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모습/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영풍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다음 달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두고 최근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고려아연이 임시이사회를 열고 소액주주 권한 및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안건을 임시주총에 올리기로 의결한 것이 시작이다. 안건에 이사회의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방안과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포함된 것이다. 유미개발은 최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다.

현재 MBK·영풍 측은 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임시주총에서 이사수를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가 총 13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14명을 더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거쳐 이 방안이 받아들여지면, MBK 측 추천 이사 14명이 전체 27명에서 과반을 넘게 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이를 막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집중투표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줘 특정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하는 게 가능해진다. 현재는 1주당 이사 후보 1명에게 1표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여러 주주가 모여 우호 지분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MBK보다 더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러나 MBK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K·영풍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은 애초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MBK는 또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한인 이번 달 20일까지 고려아연 측이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을 숨겼던 것이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MBK는 “최 회장 측이 표 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주주 간 분쟁을 지속시키고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