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쇼핑몰, 카드사, 항공사 등 어느 홈페이지를 가든 ‘인공지능(AI) 챗봇’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AI 시대구나’ 싶을 만큼,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일제히 AI 챗봇을 내놓고 있어서죠. 기업들 사이에서 ‘우리만 AI 챗봇 없으면 뒤처지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나의 유행이 됐습니다.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AI 챗봇’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서 국내 기업 62곳의 AI 챗봇을 대상으로 첫 평가를 했는데, 결과는 100점 만점에 62점인 ‘낙제점’이었습니다. 자체 모니터 요원들이 총 7가지 항목을 평가했는데, AI 챗봇의 주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은 34.4점에 불과했습니다. ‘개인화’ 항목은 10점대(17.7점)에 그쳤습니다.
소비자들이 AI 챗봇을 찾는 이유는, 사람을 대신해 ‘맞춤형 상담’을 받으려는 것인데 문제 해결이 거의 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평가를 담당한 KMAC 측은 “실태 조사를 해보니, 챗봇 이용 고객 중 49.5%가 문의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 중 93.8%가 결국 콜센터로 다시 문의했다”고 합니다.
챗봇에 물어봤던 내용이 전달되지 않아 콜센터에 전화할 때는 처음부터 다시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AI 챗봇이 고객의 시간을 더 뺏고, 소비자가 더 실망하거나 언짢은 상태로 콜센터에 전화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 것이죠.
62개 기업의 챗봇을 평가해 S부터 A, B, C, D까지 다섯 개 등급으로 나눴지만, 다른 서비스 평가와 달리 기업들의 순위는 물론 평가 결과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KMAC 관계자는 “62곳 중 12곳이 S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등급도 비슷한 비율(20%씩)로 나누긴 했지만, S도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 각 사에만 통보하고 결과 자체를 비공개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지금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색내듯 AI를 도입했던 기업들 상당수가 도리어 기업 이미지만 깎아먹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평가로 드러난 셈입니다. 오늘도 고객들이 AI와 애먼 상담을 주고받다, 애꿎은 사람들과 얼굴을 붉히게 되진 않을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