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과 일본 간 수출액 격차가 역대 최소 수준인 202억달러(약 30조원)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당시만 해도 일본 수출액은 한국의 3.5배에 달했지만 약 30년 만에 한국이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 것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가 일본 재무성의 수출액 잠정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1월 일본 수출액은 6426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한 달이 남긴 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7173억달러)보다 수출액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수출액은 622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재작년(6836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11월까지 한·일 간 수출액 격차는 202억달러에 불과했다. 연간 한·일 수출액 격차가 200억달러대로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양국 수출액 격차는 2008년 3599억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조금씩 좁혀졌지만 2021년까지만 해도 1000억달러대였다. 그러나 2022년 632억달러, 2023년 850억달러 등을 기록한 끝에 올해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엔 일본과 수출 규모를 비교하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이제 일본을 능가할까 말까 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했다.
한·일 수출액 격차 축소는 일본 수출액이 2010년대 이후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 산업이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 증가한 657억달러를 기록해,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둘째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자동차와 선박 수출 등도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올해와 같은 수출 호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1로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국내 수출 기업이 직전 분기보다 상황이 안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