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공항 총 8개를 오가는 13차례의 운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짧게는 38분에서, 길게는 5시간 46분에 달하는 중·단거리 비행을 쉴 새 없이 반복한 것이다. 사고기는 공항에 도착해 통상 1시간 남짓 대기한 뒤 곧바로 승객을 태우고 다음 도착지로 출발했다. 예를 들어, 사고 하루 전인 28일 사고기는 일본 나가사키 공항에 오후 12시 4분 도착해, 12시 52분 무안공항으로 다시 출발했다. 항공업계에선 이에 대해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단거리 노선 위주일 경우, 이렇게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비행기는 2009년 9월에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B737-800 기종으로, 6시간 이하 중·단거리 노선에 주로 쓰인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39대 가운데 37대가 해당 기종일 만큼 제주항공의 주력 항공기다. 이번 사고기의 기령(비행기 연령)은 15년으로, 노후 항공기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통상 기령 20년 이상을 노후 항공기로 분류한다. 다만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기의 단순 연령보다는 실제 비행시간과 이착륙 횟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처럼 단거리 비행이 많은 경우 기체 피로가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월평균 가동 시간(올해 3분기 기준)은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 대비 18% 많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송경훈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리한 운항이라고 할 수는 절대 없다”며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 등을 철저히 하고 있고 출발 전후 꼼꼼하게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사고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오늘 이 문제는 항공기 정비 소홀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B737-800기는 제주항공뿐 아니라 국내외 항공사들이 약 4400대를 운용 중인 보잉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그런 만큼 항공사고도 여러 건 보고돼 있다. 지난 2022년 중국 동방항공의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객 132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와 동일 기종이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B737-800 여객기의 객실에서 연기가 나 포틀랜드 공항으로 회항한 사례가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휴스턴행 여객기 엔진 커버가 상공 3000m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자회사로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민관 합작으로 설립된 국내 1호 저비용 항공사(LCC)이다. 현재 국내 9곳의 LCC 가운데 매출액과 탑승객 수로 업계 1위다. 작년 매출은 1조7240억원, 영업이익은 1698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