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Korea(헬로 코리아).”
2일 오후 2시 10분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의 한국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이 문구와 함께 ‘13일 19시간 49분 23초’라는 숫자가 나왔다. BYD가 국내에 승용차 브랜드를 공식 출범하는 16일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법인명 ‘비와이디코리아 유한회사’, 대표자명 ‘딩하이미아오’라고 쓰여있었다.
중국 브랜드가 몰려오고 있다.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한국에서 세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없던 한국 법인을 설립하거나 철수했다가 재진출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한국 진출을 예고하는 브랜드까지 중국 브랜드의 한국행이 활발하다.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나타나면서 중국 브랜드들이 생존 전략 중 하나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르는 中 브랜드 한국 진출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생활용품점 미니소는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매장을 냈다. 미니소는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해 매장 70여 개를 운영하다 2021년 전면 철수했는데, 3년 만에 한국에 재진출한 것이다. 미니소는 해리포터,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와 IP(지식재산권)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매장에 캐릭터 굿즈를 대거 배치했다.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해리포터와 협업한 상품은 품절되기도 했다. 미니소는 대학로를 시작으로 서울 홍대, 건대입구 등에 신규 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 역시 2016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전기 버스, 전기 트럭 등 상용차를 판매해왔다. 하지만 승용차를 국내에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BYD가 3000만~4000만원대 중저가 전기차를 출시해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가전, 전기차 등을 만드는 샤오미 역시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최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 한국 법인(샤오미테크놀로지코리아)을 설립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공개적으로 밝힌 중국 브랜드도 있다. 중국,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4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도 그중 하나다. 차지 글로벌 시장 책임자는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 인터뷰에서 한국을 향후 진출 국가로 콕 찍었다. 그는 “향후 5년 내에 차지는 한국, 필리핀 등 8국으로 확장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혐중 정서 넘을 수 있을까
최근 한국에 본격 진출하는 중국 브랜드의 공통점은 한국행에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2013년 설립된 미니소는 창업 초기 간판에 일본어를 적어두고 유니클로와 비슷한 인테리어로 일본 기업인 척했다는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미니소는 112국에서 매장 71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미니소는 디즈니, 산리오, 포켓몬 등 100개가 넘는 글로벌 콘텐츠와 IP 계약을 체결하고 협업 상품을 내놓고 있다.
BYD는 작년에 2023년 대비 41.3% 증가한 427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순수 전기차는 176만대에 달한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작년 3분기 기준 삼성, 애플에 이어 3위까지 올라왔다.
◇BYD 승용차 한국 첫 진출
여전히 한국에서 중국 브랜드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지만,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종합 몰 앱 이용자 순위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11번가, 테무, G마켓 순으로 톱5 중에 중국 업체가 두 곳이나 자리했다. 중국 브랜드의 기술과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가성비를 따져 중국산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마켓리서치 회사인 포레스터는 “중국 브랜드들은 과거와 달리 중국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내외적인 이유로 중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 브랜드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중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싸다고 무조건 중국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겠지만, 내수 부진으로 힘든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