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신분이었던 2017년 미국 노스다코타 주의 한 정유 공장을 방문한 모습. 노스다코타주는 미국 50주 중 석유 매장량·생산량 3위 지역이다. /백악관

미국 신구(新舊) 권력이 화석연료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퇴임까지 약 2주 남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미국 연안 대부분에서 새로운 원유와 가스 개발을 전면 금지한다고 못 박으면서다. 석유 시추를 늘리자는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를 외쳐온 트럼프 당선인은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즉시 해제하겠다”고 맞섰다.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실어온 바이든이 ‘시추 금지령’으로 차기 정부 정책에 어깃장을 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행정명령만으로 시추를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바이든 정부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대서양, 태평양, 동부 멕시코만 등 미국 인근 해역을 보호하겠다며 6억2500만에이커(약 253만㎢) 면적의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11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백악관은 해당 지역에서의 시추가 “국가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다”며 “지금은 후손들을 위해 해안을 보호해야 할 때”라고 했다.

트럼프도 맞섰다. 같은 날 보수 라디오 채널 휴 휴잇 쇼에 출연해 “말도 안 된다”며 “즉시 금지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바이든의) 명령은 곧 모두 종료될 것이고 우리는 상식과 힘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올렸다.

CNN 등 외신들은 의회의 별도 입법 없이는 트럼프가 바이든의 조치를 해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통령이 자원 시추를 금지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이를 철회하는 권한은 법에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석유와 가스가 개발 중인 지역은 금지령의 영향권에 들지 않아, 바이든 정부의 상징적인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는 집권 1기였던 2017년에도 미국 연안 약 50만㎢ 면적에서 시추를 제한하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치를 뒤집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미국 법원은 “의회에서 철회하지 않는 한 시추 금지 조치는 유효하다”며 이 명령을 불법으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