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용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한 명당 평균 2.2개(콘텐츠진흥원 조사)였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주요 OTT의 월 구독권이 넷플릭스와 티빙은 각각 5500~1만7000원, 웨이브는 7900~1만3900원, 디즈니플러스는 9900~1만3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OTT 2개 이용 시 적게는 1만1000원, 많게는 3만4000원까지 지출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이동통신 요금제만 잘 활용해도 OTT 1개의 구독료를 절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통신 3사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주요 OTT 구독권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더 저렴하고 알뜰하게 통신 서비스와 OTT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9일 본지가 통신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초이스(통신 요금 정보 포털)를 확인한 결과, OTT와 결합된 이동통신 요금제는 64개(할인까지 포함)에 달한다. 약 1년 전인 2023년 말(42개) 때보다 52% 늘어났다.

◇무료 구독권, 넷플릭스>티빙·디즈니>웨이브 순

OTT 구독권 무료 제공은 주로 통신 3사에서 월 8만~9만원 이상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그래픽>. OTT를 제공하면서 요금을 인상한 것이 아니라 기존 요금제에 OTT 1개 구독권 무료 혜택을 추가로 붙인 셈이다. 이 때문에 OTT 제공 혜택이 없었을 때 해당 요금제에 이미 가입한 소비자들은 요금제 변경을 신청하는 식으로 구독권을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통신 3사 모두 구독권을 무료로 주는 요금제(총 14개)를 운영 중이다. 무료로 티빙을 볼 수 있는 이동통신 요금제(총 7개)는 KT와 LG유플러스에서, 무료 웨이브 이동통신 요금제(총 4개)는 SK텔레콤에서 제공한다.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 요금제(총 7개)를 통해서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다만 국내 OTT 중 쿠팡플레이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자사 멤버십(와우 회원) 가입자들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여서 따로 통신 3사와 요금제 제휴가 없는 상태다.

스마트초이스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넷플릭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제 6개와 웨이브 무료 요금제 4개를 운영하고 있다. 가령, SK텔레콤에서 월 8만90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면 최대 2명이 동시 시청이 가능한 넷플릭스의 ‘광고형 스탠다드’ 구독권(월 5500원)을 무료로 제공받는 것이다. 또 월 9만9000원짜리 요금제 이용 시 최대 4명이 동시 시청할 수 있는 웨이브의 프리미엄 구독권(월 1만3900원)을 쓸 수 있다.

KT는 월 9만원과 11만원 요금제에서 넷플릭스 베이직 구독권(9500원짜리)을, 월 13만원 요금제에서 최대 2명까지 동시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 스탠다드 구독권(1만3500원짜리)을 각각 무료로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10만원·11만5000원 요금제와 13만원 요금제에서 각각 넷플릭스 베이직 구독권과 스탠다드 구독권을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주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차별화로 ‘고가 요금제’ 이탈 방지 목적

구독권 비용은 통신 3사가 각각 제휴를 맺은 OTT 업체들에 내고 있다. 통신 3사가 OTT 구독권 비용을 이용자 대신 부담하는 이유에 대해선 “고가(高價) 이동통신 요금제 이탈을 막기 위한 통신 업계의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중간요금제 도입 등 요금제가 다양화된 상태에서 가입자들이 중저가 요금제로 갈아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OTT 구독권을 제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통신 요금에 OTT 구독 상품을 붙여 최대한 매출 규모를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올해부터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 물가에 OTT 비용이 통신비로 들어가게 된 상황을 통신 3사가 대비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통계청은 2025년 가계 통신비 집계부터 이동통신 요금 등과 함께 OTT 구독료를 합산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OTT 비용이 통신 지출이 아니라 ‘문화 서비스’로 분류됐는데, 올해부터는 비용이 통신 지출로 잡히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통신비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계속 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OTT 비용까지 통신비에 더해지면 통신 업계로선 더 난처하게 될 수 있다”며 “OTT 결합 이동통신 요금은 이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