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 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동빈(왼쪽) 롯데 회장이 9일 오후 열린 롯데그룹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의 AI(인공지능) 우수 혁신 사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아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도 미국에서 CES를 참관하고 돌아와 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작년에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등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그룹 주력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고위 임원들을 향해 쓴소리도 했다. 평소 정제된 표현을 쓰는 신 회장의 화법을 고려하면 이날 발언 수위는 상당히 셌다. 신 회장은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저하”라며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