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3층 푸드 코트. 6개 식당이 함께 쓰는 테이블 약 100개에 각각 QR 코드가 부착돼 있었다. 손님들은 키오스크나 계산대에서 주문하는 대신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었다. 곧바로 디지털 메뉴판이 스마트폰 화면에 떴고 손님들은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했다. 이 푸드 코트는 재작년까진 입구에 통합 계산대를 놓고 주문을 받았지만 바쁠 때 줄이 길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QR 주문을 도입했다.
QR 코드가 식당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주문은 키오스크나 태블릿 PC를 이용한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상대적으로 설치비가 덜 들고 자리도 덜 차지하는 QR 주문을 활용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QR 코드는 31년 전인 1994년 처음 등장했지만 2010년대까지만 해도 낯설어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스캔 앱을 따로 내려받아야 했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기간 동안 QR 코드 체크인, QR 코드 기반 간편 결제 활성화 등으로 소비자들이 사용에 익숙해졌고, 최근엔 앱을 따로 내려받지 않고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만 비춰도 QR 코드 인식부터 결제까지 가능해지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식당에 QR 오더 속속
QR 오더는 휴게소, 푸드 코트처럼 테이블마다 태블릿 PC를 두고 관리하기 어려운 식당을 중심으로 먼저 퍼지고 있다. 일종의 틈새 시장 공략인 셈이다. 스타트업 업체 ‘창업인(서비스명 테이블로)’은 보성녹차휴게소 등 40개 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QR 오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리에 앉아 QR 코드를 통해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면 스마트폰으로 픽업 요청 알림도 받을 수 있다. 재작년 170여 곳에 불과했던 이 업체 고객은 작년 말엔 2900곳까지 늘었다. 롯데리조트 부여는 322개 객실에서 QR 오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하고 주문하면 리조트 내 식당 음식을 룸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식당에서도 QR 오더는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10월부터 관광 특구 음식점 등 400곳을 대상으로 QR 오더를 활용한 다국어 전자 메뉴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전자 메뉴판이 뜨니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충남 천안에서 멕시코 음식점 ‘뽀로’를 운영하는 주환욱 대표는 “외국인 손님이 많이 오는데 별다른 조작을 안 해도 스마트폰에 설정된 언어로 바로 메뉴판이 떠서 손님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싱가포르 등에선 QR 주문이 우리나라보다 보편화돼 있어 이런 방식을 오히려 편하게 느끼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QR 오더 수요가 늘면서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테이블 오더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토스플레이스는 아예 QR 오더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배달의민족은 태블릿 PC와 QR 코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테이블 오더 업계 1위이자 태블릿 PC 기반인 티오더는 작년 10월 QR 오더를 부가 서비스에 추가했다. 티오더 관계자는 “야외 테이블이나 작은 크기의 테이블에는 태블릿 PC 대신 QR 코드가 필요하다는 매장들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QR 코드는 확장 중
QR 코드는 식당뿐 아니라 다양한 곳으로 확장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는 작년 전국 최초로 버스 요금을 QR 코드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버스 내부에 부착된 제로페이 QR 코드를 스캔하고 요금을 입력하면 된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9국의 17개 결제 앱과 연동돼 있어 외국인이 자국 결제 수단으로 버스 요금을 낼 수도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입 후 3개월을 분석해보니 외국인 관광객 다섯 중 한 명은 QR 코드로 버스를 이용했다”고 했다.
식품 포장지에도 QR 코드를 부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1월부터 소비자가 제품에 표시된 QR 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로 비추면 식품 안전 정보는 물론 건강·생활 정보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식품 정보 확인 서비스(푸드 QR)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174개 식품 포장지에 적용돼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에코(ECO) 우체통’을 도입하면서 우체통 표면에 부착된 QR 코드만 스캔하면 바로 소포 우편물의 접수 번호도 받고 결제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 시범 도입했다.
☞QR 오더
고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테이블 위 QR 코드를 찍으면 스마트폰 화면에 메뉴판이 뜨고 이를 통해 주문,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 31년 전 첫선을 보인 QR을 활용한 기술로, 테이블에서 비대면으로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의 한 종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