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러시아 석유 회사는 물론, 러시아산(産) 석유를 몰래 수송해 ‘그림자 함대’로 불리던 유조선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여파가 식지 않고 있어서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해 온 중국과 인도가 중동과 아프리카, 미국 등지로 수입 라인을 확대하면 글로벌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유조선 양메이후호가 지난 2022년 러시아 연해주 나홋카 인근의 코즈미노 석유 터미널에 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종가 기준 배럴당 78.82달러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0일 대비 2.25달러(2.9%) 올랐다. 배럴당 80.06달러를 기록한 작년 8월 12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는 배럴당 81.01달러로 직전 거래일보다 1.25달러(1.6%) 상승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작년 8월 26일 이후 4개월 여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10일 미 재무부가 제재를 발표한 이후 국제유가는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제재 대상에는 가즈프롬 네프트를 포함한 석유회사와 러시아산 원유를 다른 나라로 수출해온 이른바 ‘그림자 함대’ 유조선 183척 등이 포함됐다. 제재 대상 선박들은 하루에만 러시아 전체 수출 물량의 25%를 차지하는 17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발표한 러시아 에너지 기업 제재 이후 중국과 인도 정유회사들이 중동, 아프리카, 미주 등 대체 원유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향후 글로벌 유가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로이터는 “러시아의 주요 고객인 중국과 인도의 정유업체는 중동·아프리카 및 미국에서 더 많은 석유를 조달할 것”이라며 “석유 가격과 운임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