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양 안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동맹국에 함정 건조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해양굴기(海洋堀起)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대외 정책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웠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21세기판 육·해상 신(新)실크로드를 개척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해상 개척이 필수였다. 또 광대한 내수 시장이 있지만 결국 해양을 통한 수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도 담겼다.

그때부터 10여 년간 중국은 빠르게 배를 만드는 조선(造船) 역량을 강화해왔다. 이전까지 우후죽순 들어서 있던 조선소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조선사들끼리 M&A(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상위 10대 조선소가 전체 배 건조량의 70% 안팎을 차지할 수 있게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고 과감한 금융 지원도 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 발주된 선박 수주를 기준으로 중국의 점유율이 2020년 44.1%에서 작년 70.6%까지 높아졌다. 한국은 16.7%, 일본은 4.9%다.

그래픽=김현국

중국의 강화된 조선 능력은 고스란히 해군력 강화로도 이어졌다. 함정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가별 함정 수는 2000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318척, 중국이 110척으로 미국이 앞섰지만 2020년엔 미국 293척, 중국 350척으로 중국이 앞질렀고 올해는 미국 297척, 중국 370척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술 수준까지 감안하면 전체 해군력은 미국이 더 앞서고 있지만 물량 공세에 미국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 6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의 해군 구축 분석’ 보고서도 이런 점들을 반영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해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아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