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9시 25분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 공장이 정전돼 두 회사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오전 10시 40분쯤부터 단계적으로 복구돼 정오쯤에는 전력 공급이 재개됐지만, 공장 정상화까지는 최소 수일이 걸리고 최대 수백억 원 손해가 예상된다. 최근 석유화학 장기 불황으로 적자가 이어졌던 이 회사들에 공장 셧다운 악재까지 더해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석유화학 공장은 석유 등 물질에 고온의 열을 가했다가 식히는 가열·응축을 반복해 제품을 제조한다. 짧은 시간만 공정이 중단돼도 관 속을 지나는 제품과 재료가 굳어버릴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이날 약 80여 분 정전 이후 전력 공급이 재개됐지만 재가동에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다. 당장 이날 두 회사는 이미 투입된 원료를 모두 연소시키고 공장을 전면 폐쇄했다. 정상 공정이 아닌 상황에서 처리된 재료가 설비에 남아있을 경우 추후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모든 조건을 재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전됐던 공장들은 최근 석화 불황으로 최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했고, 재고도 충분해 당장 고객사 공급에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정전으로 휴업, 설비 보수 비용까지 감안하면 손해는 최소 수십억 원에서 최대 수백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전 원인과 손해배상 문제를 두고 책임 공방도 복잡해질 수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울산, 전남 여수와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으로 석유화학 기업 약 50개가 입주해 있다. 그런데 이날 정전은 LG화학, 롯데케미칼 공장에서만 발생했다. 두 회사는 현대석유화학 공장을 인수해 각각 절반씩 운영하고, 전력망을 공유하고 있다.

정전 원인은 이 전력망이 유력한데, ‘구역 전기 사업자’인 씨텍이 관리하고 있다. 씨텍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5대5 지분으로 세운 합작사다. 씨텍은 이번 정전된 공장의 전력을 중국계 에너지 회사 씨지앤대산전력으로부터 공급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국영핵공업집단공사(CGN)의 자회사다.

2006년 이 지역에서 정전으로 공장이 멈췄을 때, LG화학 등 3개 업체가 한전 상대로 104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더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한전에서 씨텍으로 전기가 가면 씨텍이 각 업체로 다시 공급하는 체계”라며 “일단 한전 선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