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미국 제철소 공동 투자를 비롯해 전기차 핵심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손을 잡는다. 갈수록 리스크(risk)가 커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전쟁’ 속에서 재계 3위(현대차)와 5위(포스코) 그룹이 손을 잡은 것이다.

양사는 21일 현대차 강남 사옥에서 ‘철강, 이차전지 분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포스코홀딩스 이주태 미래전략본부장(대표이사 사장), 현대차 한석원 기획조정본부장(부사장)이 참석했다.
포스코는 현대차가 철강업에 뛰어들 때부터 견제와 경쟁을 지속해온 ‘라이벌 관계‘다. 20여년 전 현대차 측이 철강 자체 조달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용 제품 공급을 거부하는 등 ‘원수‘같은 사이로 지낸 적도 있다. 하지만 한 미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리스크가 커지자 ‘파트너‘로 변신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재계에선 “양사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라이벌이면서도, 실리를 위해선 과감히 손을 잡을 만큼 ‘적과 동지‘를 오가는 프레너미(frenemy·적과 친구의 합성어) 관계”라고 설명한다.
우선 포스코는 현대차가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미 루이지애나에 짓는 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에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는 제철소 투자 일부를 외부에서 조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에 포스코가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액이나 지분율,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사는 “투자 조건을 지속 협의 중으로, 포스코가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번 투자에 대해 “지난 10여 년간 보호무역장벽으로 제한되었던 북미 철강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협력에 대해, 양사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공급망 확보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차세대 소재 개발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겠다고도 밝혔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그룹의 리튬부터 양·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사업 경쟁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을 시너지로 공급망 구축과 차세대 소재 개발 분야 등에서 양사가 지속 가능한 협업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제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지난해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양사가 꾸준한 논의를 이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포스코홀딩스 이주태 사장은 “양사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상 압박과 패러다임 변화에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