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4월 21일 새벽에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spring loaded’였죠. ‘용수철을 최대한 눌러 놓은 상태’ 즉 잠금장치만 풀면 강하게 튀어오를 수 있는 상태에 애플이 있다는 뜻일까요?

저는 행사 타이틀을 그렇게 붙인 이유가 이날 공개된 신제품 ‘에어태그’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에어태그로 구현되는 기술이 애플의 하드·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를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이 등장한 지금 상황이 바로 ‘spring loaded’와 같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에어태그는 명백하게 애플카로 가는 문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어태그가 정말 애플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만약에 가능성이 있다면 왜 그런지를 아래의 5가지 포인트로 풀어보겠습니다.

애플의 분실물 방지용 신제품 '에어태그'/ 애플

1. 에어태그의 초광대역무선통신(UWB) 기술이 가져올 애플 생태계 확장... 그 종착지는 애플카

2. 에어태그 기술이 애플카의 도난 걱정과 사생활 유출 우려 낮춰주고, 이것이 애플카의 차별 포인트 될 수도

3. 자동차 배선의 무선화가 가져올 자동차 구조 변화

4. 올 연말 나올 BMW의 iX, 애플카의 맛보기 버전

5. 아이폰 생태계가 애플카로 확장되는 건 예정된 수순... 이것이 보여주는 반도체 생태계의 대격변에 한국도 대비해야

우선 에어태그가 뭔지부터 설명드려 볼게요. 에어태그는 애플 유저가 본인 물품을 잃어버리는 것을 막아주는 태그입니다.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열쇠든 지갑이든 옷이든 가방이든 본인의 물품에 에어태그를 붙여두면, 나중에 물품을 분실하거나 혹은 어디 뒀는지 잊어버렸을 때 위치를 찾아주는 것입니다. 직경 31.9mm, 두께 8mm, 무게 11g의 버튼 모양이고요. 다이소에서도 파는 버튼형 전지(CR2032)가 들어갑니다. 한번 교환하면 1년 이상 동작한다고 합니다.

애플답지 않게, 가격도 사악한 정도는 아닙니다. 1개 3만9000원, 4개짜리 팩은 12만9000원(개당 3만2250원). 마진보다 보급에 주력한 가격 설정이라고 보여집니다. 제품 원가를 알 순 없지만, 에어태그엔 아직까지 비싼 기술로 알려진 초광대역무선통신(UWB·Ultra Wide Band)용의 자체개발 반도체 U1 칩이 들어가 있거든요.

에어태그로 분실품을 쉽게 찾는 것만으로도 효용이 크긴 하겠죠. 시장 전망도 좋습니다. 세계 실시간 위치추적장치 시장은 2019년 32억달러였고요. 2024년에는 22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에어태그에 담긴 기술은 실시간 위치추적장치 시장보다 훨씬 더 큰 미래 시장과 연결돼 있지요. 이런 작은 분실방지용 태그가 애플의 미래, 혹은 사물인터넷(IoT)의 미래에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리고 왜 이것이 필연적으로 애플카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에어태그의 초광대역무선통신(UWB) 기술이 가져올 애플 생태계 확장... 그 종착지는 애플카

애플이 퍼스널 컴퓨팅 시장을 지배하려는 전략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거의 모든 요소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략에 따라 각 기기의 연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신 제품으로 갈수록 애플의 독자 칩이 탑재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에어태그도 예외가 아닙니다. 에어태그는 애플이 자체 개발해 U1으로 이름 붙인 초광대역무선통신(UWB·Ultra Wide Band) 칩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에어태그 하나하나가 애플의 분실물 찾기 네트워크의 일부로도 기능하는 구조입니다. U1 칩은 아이폰 11,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 아이폰 12와 12 프로 시리즈, 애플워치 시리즈 6, 홈팟 미니 등에 이미 탑재돼 있죠. 이들 제품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물품에 에어태그를 붙이는 것만으로 그 물품까지의 거리·방향 등 정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고, 물품이 어디에 있든 찾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새로 나올 제품은 대부분 U1칩을 장착할 테니 이런 연결 생태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겠죠.

우선 놀라운 것이 정밀도입니다. 에어태그 이전에도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 없진 않았죠. 하지만 이전 제품들은 블루투스로 연결됐기 때문에, 집안에서 찾는다고 해도 ‘어느 부근’ 정도의 정밀도 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에어태그는 아이폰 화면에 화살표 등으로 태그가 붙은 물품이 있는 정확한 방향까지 알려주고요. 예를 들어 거실 소파의 3개 쿠션 가운데 ‘두 번째 쿠션 아래에 있다’라고 알려 줄 수 있을만큼의 정확도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10억명 이상의 애플 유저가 있으니까요. 이들 대부분이 에어태그를 활용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애플은 아직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규모로 세상의 ‘물건’과 그 물건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될겁니다. 이것의 활용을 극대화한다면, 모든 사물을 통신으로 연결해 활용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진짜 오는 것이고요. 지금보다 수준이 높은 증강현실(AR)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질 겁니다. 세상의 많은 물건에 태그를 붙이고, 거기에 이름을 할당하면, 애플의 시스템이 전 지구적 규모로 세상의 물건들을 학습할 수 있게 되겠지요. 즉 모든 에어태그가 AR의 액세스 포인트로 기능함과 동시에, 시스템에 정보를 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애플의 시스템이 세상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되는 겁니다.

이해가 어려우시다면, 콘텐츠에 태깅하는 것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태깅, 즉 콘텐츠의 성격·특징 등을 정확히 분류해줌으로써, 인공지능(AI)이 그 콘텐츠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요.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그것을 세상의 사물 전체로 확대해 보면 어떨까요? 에어태그가 대량 보급된다면, 애플이 바로 세상의 모든 사물을 태깅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위치인식 기능을 갖춘 무수한 디바이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거죠. 그렇게 되면 AR의 가장 큰 장애물을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AR 연구자의 가장 큰 해결과제가 ‘지금 내가 보는게 무엇인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하거든요. 에어태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에어태그가 집안에서만 기능하는게 아니고 바깥에서도 활용된다는 겁니다. 아이폰 소유자가 에어태그를 붙인 물품을 바깥에서 잃어버렸다고 판단하면, 자기 아이폰에서 ‘찾기 모드' 대신 ‘분실 모드'를 쓸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그 물품을 본인 아이폰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아이폰을 활용해 찾을 수 있습니다. 분실물에 붙은 에어태그가 근처의 다른 사람 아이폰과 교신해, 분실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고요. 또 분실물을 발견한 사람이 본인 아이폰을 에어태그에 대면, (분실물 소유자가 해당 에어태그 물품을 분실 모드로 바꾼 경우) ‘이 분실물을 찾고 있습니다. 찾으신 분은 전화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잃어버린 사람의 전화번호가 표시됩니다.

장황하게 설명드렸습니다만, 여기에서 또 한번 애플의 강점이 발휘됩니다. 소비자들이 쉽게 분실물을 찾게 해주는 것, 즉 에어태그 사용자에게 만족을 주면서도, 이 서비스를 통해 애플이 본질적으로 노리는 것은 자신들만의 AR 생태계, 홈오토메이션 생태계 확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진짜 뛰어난 전략은 그 전략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이득을 주면서도, 전략을 짠 주인공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는 것이겠죠. 애플의 에어태그 전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이 전략을 ‘애플카’와 연결하게 되겠죠. 애플 스스로도 ‘최종 모바일기기’라고 부르고 있는 자동차 말입니다. 그런데 애플 생태계와 애플카의 연결도 두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에어태그의 분실물 찾기 영역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첫번째는 에어태그가 집안에서 분실물을 찾아주는 기능, 즉 에어태그와 분실물 주인의 아이폰이 직접 교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능이 애플카에서도 나타나겠죠. 아이폰을 자동차키처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자동차가 아이폰(혹은 애플워치)을 휴대한 탑승자의 위치나 거리 등을 정밀하게 측정해 더 매끄럽고 섬세한 사용자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UWB 기술을 쓰면 자동차키(아이폰) 소유자와 차 사이의 거리를 기존보다 훨씬 정밀하게, 즉 대상의 위치를 10cm 이하의 정밀도에 3차원으로 측정할 수 있지요. 따라서 운전자가 차량에 다가서거나 벗어났을 때 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작이 더 매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내 차를 불러오거나 혹은 집 앞에서 내린 뒤 차를 자동으로 주차시키는 것도 지금보다 더 쉬워질지 모릅니다. 드라이브스루 결제를 위한 이용자의 위치 파악, 운전석에 앉은 인물을 특정해 차내 조명이나 음악 등을 조정하는 것도 쉬워지겠죠.

두번째는 에어태그가 바깥에서 잃어버린 물품을 찾아주는 것에 이용하는 기술이 자동차 자율주행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에어태그가 애플카로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고요.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이것을 말씀드리기 전에 우선 테슬라의 자율주행 방식을 설명드려 볼게요. 테슬라는 별도 통신 등의 큰 도움 없이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주로 카메라로 바깥 세상을 인식(레이더 등이 보조)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전세계 테슬라 차량 운전자들이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리얼 로드 데이터’를 대량으로 축적하고 분석해 자사 인공지능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이죠.

그럼 여기서 큰 판단의 문제가 생깁니다. 만약 테슬라가 어떤 외부 도움도 필요하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곧 내놓을 수 있다면 게임은 끝입니다. 테슬라 승인거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그게 쉽지 않을거라고 얘기합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현재는 주행보조이나 향후 완전자율주행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된다고 테슬라가 주장하는 소프트웨어 상품명)가 운전보조 기능으로는 세계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그것이 완전 자율주행기술로의 쉬운 이행을 보장하진 않는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즉 완전한 자율주행, 혹은 더 신뢰성 높은 자율주행을 하려면 차량 단독의 판단만으로는 어렵고, 결국 차량과 외부의 통신 그리고 더 정밀한 위치 측정이 필수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꽤 있습니다.

뭐가 옳은지는 제가 단언할 수준이 못되고요. 다만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기술 보급이 계속 늦어질 경우, 업계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혹은 애플은 무슨 일을 할 지에 대해 가정해 볼 뿐입니다. 그 가정에서 중요한게 바로 애플의 에어태그, 즉 UWB 기반의 정밀한 위치파악 기술이라는 거죠. 애플이 자율주행기술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따라잡거나 혹은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근거입니다.

이야기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애플은 그해 8월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량과 교신해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애플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탑재된 어떤 차가 ‘9초 뒤 좌회전하겠다’고 주변 차에 알리면, 그에 맞춰 다른 차들도 연동해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이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즉 차량이 혼자 판단하는게 아니라,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 차량이 상황에 맞는 여러 방식의 통신으로 연결해 판단하기 때문에, 더 쉽고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애플이 이런 특허를 선점한 것은 그들이 자율주행기술을 꽤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 왔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애플의 특허처럼 ‘차량끼리 공통의 플랫폼을 통해 교신하는 방식’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율주행기술 상용화의 열쇠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죠. 처음엔 개별 차량마다 센서와 카메라를 부착해 주변 상황을 각각의 차량이 스스로 분석해 자율주행하는 것만 생각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완벽한 자율주행의 상용화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끼리 주행 정보가 연결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자동차회사 가운데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로 꼽히는 도요타도 2018년에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도요타 차량 간에 주행정보 교신이 가능한 플랫폼을 탑재해 각각의 차량을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애플이 특허를 낸 기술과 비슷한 개념이었죠.

그런데 당시에 들었던 의문은 ‘어떻게 도로 위 차량을 모두 통신으로 연결해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을 달성할 것인가’였습니다. 도요타 차량이 도로에 많다고 해도 전체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이제 약간 의문이 풀린 것 같습니다. 다른 여러 통신방식에 더해 에어태그의 기술(UWB)을 활용한다면 상용화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세계에는 이미 10억대 이상의 애플 기기가 깔려 있지요. 이것들만 서로 교신해 오차범위 10cm 이내의 정밀 위치 파악만 가능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겁니다.

자율주행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나의 위치, 상대방의 위치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에어태그를 시작으로 하는 애플 UWB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세상 모든 것의 위치와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앞서 말씀 드렸죠. 결국 이것이 자율주행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되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내가 소유한 아이폰, 애플워치, 에어태그 등이 내 차 혹은 다른 차가 자율주행할 때 주변 지형지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각 차량에 그 지형지물(혹은 사람·동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거죠.

이미 애플은 세계에 10억대 이상의 자사 제품을 깔아놓고 있습니다. 아직은 UWB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U1칩이 신제품 위주로만 장착돼 있지만, 새로 나오는 제품들 대부분이 U1칩을 달고 나오게 될 테니, 애플은 앞으로 전세계에 10억대 이상의 초정밀 위치추적장치를 깔아놓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애플 유저들이 에어태그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전세계에 애플이 정확한 위치와 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수십억개 혹은 백억개 이상이 될 수도 있겠죠.

BMW 디지털키. 애플 카키(CarKey)의 BMW 버전으로, 아이폰을 통해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BMW블로그

◇2. 에어태그 기술이 애플카의 도난 걱정과 사생활 유출 우려 낮춰주고, 이것이 애플카의 차별 포인트 될 수도

애플은 이런 기술을 자동차용 디지털키로도 활용할 텐데요. 10cm의 높은 정밀도로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은 자동차 방범 대책으로도 연결됩니다. 디지털키 기능을 악용한 도난 가능성을 낮춰주는 것입니다. 현재의 디지털키의 경우, 멀리서 약하게 발신되는 디지털키 신호를 범죄자가 증폭시켜 차량을 훔치는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UWB 기술로 디지털키가 차량에 어느정도 가까이 있는지를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으면 이런 도난을 막을 수 있겠죠.

또 위치정보를 쉽게 특정할 수 있다는게 사생활 정보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사람이 배우자의 가방에 에어태그를 숨겨놓고 위치를 추적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애플은 위치찾기 서비스가 사생활과 보안의 관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많은 연구를 해왔다고 합니다. 즉 에어태그가 사람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여러 장치를 했다는 거죠. 다른 사람의 에어태그가 내 물품에 끼어들었을 때 내 아이폰이 이를 찾아내 경고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또 아이폰이 주고받는 정보는 모두 암호화돼 있고요. 에어태그 안에 위치정보나 이력이 저장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인지는 모르나, 애플에서도 특정 위치 정보를 찍어서 알 수는 없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애플이 AR이나 홈오토메이션 혹은 애플카와 자율주행 생태계를 만드는데에, 그런 거대한 규모의 정밀한 위치정보를 활용할 뿐이겠죠.

특히 자동차가 무선통신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해킹이나 사생활 정보 유출 가능성 등 보안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런 점에서 애플이 지금까지도 강점을 보여왔고, 이를 애플카에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분명히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자동차 배선의 무선화가 가져올 자동차 구조 변화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에어태그에 사용된 UWB는 차량 내 통신(CAN·Controller Area Network)의 무선화를 가능케 할 유력한 기술로 꼽힙니다. UWB는 통신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각종 무선이 혼재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신뢰도가 생명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는 앞으로 점점 더 복잡한 전자제품이 되어갈텐데요. 여기서 문제되는게 배선입니다. 지금도 차량 한대의 케이블을 모두 하나로 이어붙이면, 일반 차량은 몇 km, 복잡한 제어가 들어간 고급차라면 10km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배선이 복잡할 뿐 아니라 무게도 상당합니다. 테슬라는 차량의 제어를 중앙의 고성능 컴퓨터가 통합 제어하고, 제어를 구역화하는 방식으로 바꿔 배선 길이를 줄이고 단순화시키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배선의 무게·크기·복잡함을 완전히 해결하진 못했죠.

만약 차량 내 통신을 모두 무선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속도와 신뢰·보안성을 확보하면서 말입니다. 배선이 사라진다면, 부품의 설계·제어도 쉬워지고, 배선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고, 차량이 더 가벼워지니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나겠죠. 전기 자율주행차로 간다면, 배선이 사라지게 되는 날이 정말 올 수도 있을텐데요. 어쩌면 그 시작이 ‘애플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4. 올 연말 나올 BMW의 iX, 애플카의 맛보기 버전

지난 1월 13일 BMW 는 2021년말 시판하는 자사의 신형 전기차 ‘iX’에 ‘BMW 디지털키 플러스’를 처음 탑재한다고 발표했죠. BMW는 이미 2020년 7월 생산 차량부터 아이폰을 디지털키로 쓸 수 있는 ‘BMW 디지털 키’를 도입했는데요. 아이폰을 도어 핸들에 대면 잠금이 해제되고요. 아이폰을 실내 트레이에 놓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립니다. 디지털키 셋업은 BMW앱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최고 속도나 파워, 오디오 음량 등을 제한하는 등의 설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올해 말 ‘iX’에 처음 탑재될 ‘BMW 디지털키 플러스’는 이런 BMW 디지털키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iX의 디지털키 플러스는 앞서 말씀드린 애플의 UWB 기술을 충분히 활용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애플 카키(CarKey·애플의 차량용 디지털키 브랜드명)의 서비스, 즉 ‘애플카’가 등장하기 이전에 애플이 자동차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사용자 경험의 일부를 맛볼 수 있는 첫 차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태그와 아이폰·애플워치 신모델에 들어간 U1칩을 통해 구현되는 것으로, 옷주머니나 가방에서 아이폰을 꺼내지 않아도 잠금을 풀 수 있게 됩니다. 애플과 BMW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말 실제 차량이 공개되면 훨씬 더 많은 기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5. 아이폰 생태계가 애플카로 확장되는 건 예정된 수순... 이것이 보여주는 반도체 생태계의 대격변에 한국도 대비해야

UWB 기술은 원래 미국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전혀 새로운게 아닙니다. 또 2019년 UWB 생태계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밀 거리측정(Fine Ranging) 기술 컨소시엄’에 NXP·삼성전자·보쉬·퀄컴 등도 관여하고 있죠. 업계가 다 알고 있고, 다들 준비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다만 애플이 예상보다 더 빨리 UWB 기술이 들어간 자체칩(U1)을 탑재한 제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먼저 그리고 대규모로 치고 나가는 상황인거죠.

애플은 자체 생태계만으로도 쉽게 도입이 가능하다는게 큰 장점입니다. 전세계에 10억명 이상의 유저가 있고, UWB 통신칩까지 자체 개발했고, 그 뒤에는 자체 OS가 받쳐주고 있으니까요. 반면에 UWB 컨소시엄 쪽은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어 보입니다. 표준화라는게 생태계 자체를 넓힌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애써 표준화해 놓았는데, 이익은 후발주자가 볼 수도 있으니까요. 애플처럼 ‘완전히 내꺼’라는 마음으로 올인하는게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애플은 인텔칩을 써왔던 맥북에 M1이라는 자체 개발 칩을 넣은데 이어, 새로 나온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맥에서도 M1칩을 넣기 시작했죠. 즉 제품에 자사 개발칩 탑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제품마다 제각각이었던 칩 종류를 통일·단순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같은 애플 제품이라고 해도, 내부에서 설계한 동일한 칩을 쓸 경우 제품끼리의 연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지요.

게다가 애플의 다음 생태계와 연결되는 U1 같은 통신칩까지 자체개발해 앞으로 나올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탑재할 기세입니다. 애플의 전략을 보면, 앞으로 핵심 반도체를 내재화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게 앞으로의 반도체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또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삼성의 전략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 삼성도 최신폰인 갤럭시 S21 울트라에 UWB 기능을 탑재했고, 갤럭시 스마트태그 플러스(기존 스마트태그의 업그레이드 모델)에도 UWB 기능이 들어갔습니다만, 애플처럼 최신 제품에 전면 도입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또 이를 통해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다소 불확실합니다.

애플처럼 AR이나 홈오토메이션, IoT, 자동차(애플이 아직 밝히진 않았지만)까지 연결해 나가려면, 결국 삼성도 자체 칩의 개발·보급을 더 확대해 나가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애플처럼 자체 OS로 운용된다면 더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테지요. 물론 장기적으로 삼성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융합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애플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자체개발 프로세서(M1)를 계속 발전시켜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U1을 시작으로 통신칩도 마찬가지 길을 걷게 되겠지요. 그리고 지난주 말씀드린대로 그렇게 얻어진 연간 수억대 단위의 생산량을 바탕으로, 경쟁자가 따라오기 힘든 규모의 경제와 가성비를 달성한 뒤, 이를 애플카의 프로세서로도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자체 개발 반도체를 통해 자신들의 핵심기술을 지키고,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높은 진입 장벽을 쌓을 수도 있겠지요.

그럼 한국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최근 각국의 전폭적인 자국 반도체산업 지원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라, 한국에서 반도체(특히 시스템 반도체)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특별법까지 제정한다고 난리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우선 올바른 질문이 먼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반도체 독립을 이뤄야 하는가?’ ‘왜 핵심 칩의 자체 생산이 필요한가’ 즉 ‘WHY’에 대한 답을 내지 않고는 앞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수요에 관한 얘기입니다. 시스템 반도체를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즉 이 반도체를 사용해 어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이런 수요와 전략에 대한 설정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산 시스템반도체 개발만 논의해봤자, 매번 반복됐던 탁상공론·세금낭비로 끝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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