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인터넷 기반 빅테크 기업에는 철퇴를 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통신 장비 같은 첨단 제조업에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26일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국가메모리기지 안에 있는 칭화유니그룹 산하 YMTC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앞줄 왼쪽이 시 주석, 오른쪽이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이다. /YMTC

지난 7월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전기차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전기차 업체,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BYD는 시가총액이 8000억위안(약 144조원)을 넘어섰고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시가총액이 1조1700억위안(약 211조원)을 뛰어넘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라는 기치 아래 이 분야 기업들에도 세제 혜택과 보조금 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4위인 SMIC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14㎚(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반도체 국산화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로 이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통신 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산 부품 공급이 차단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비호 덕분에 통신 장비 시장에서 올해도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는 지난 6월 삼성전자를 꺾고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미 월스트리저널(WSJ)은 최근 “인터넷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중국 정부의 전략 뒤에는 ‘제조업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믿음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소셜미디어·전자상거래 등은 ‘있으면 좋은 것’ 차원으로 보는 반면 배터리·반도체·이동통신장비 등은 중국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공급망 자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 기술로 만든 부품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제한되면서 중국은 반도체 같은 핵심 분야에서 자립해야 한다는 자각이 더 커졌다”며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이 분야의 인재들을 제조업 분야로 유도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