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2009년 GM이 망했을 때 다들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비웃었습니다. 2021년 시점에선 어떨까요? GM의 메리 바라(Mary Bara) CEO는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과 전미자동차노조(UAW)의 40일 동안의 50년래 최장기 총파업에도 굴하지 않고 1만6000명 감원과 공장폐쇄를 단행했고, 이후 전기차·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조직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GM은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SUV 전용공장을 처음 열었는데, 개업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뿐 아니라, UAW와 GM 노조 간부들, 공장 전직원이 모여 미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 들리는 소식은 사뭇 다릅니다. 지난 7일 현대차 노조위원장(정식 명칭은 현대차 노조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꼽혔던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또 현대차가 반도체 공급이 일부 정상화되면서 빠른 증산을 통한 만회를 노렸지만, 현장 근로자 동의를 받는 과정 중에 무산됐다고 합니다. 강성 노조가 당선되면서 연장근로를 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이유도 작용했다는군요. 또 한국타이어 파업 여파로 이번 주말 울산 3공장이 특근을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2021년 말,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천지개벽하고 있는 이 중대한 시기에, 현대차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만큼은 과거로, 과거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자동차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산부문의 유연성과 스피드가 생명이죠. 반도체가 모자라 생산이 줄었을 경우, 이후 부품이 채워지면 이전보다 더 빨리 많은 양을 생산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차처럼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회사에선, 부품이 없어 공장을 쉬어야 할 때도 제때 쉬지 못해 비효율이 발생하고, 만회를 위해 풀가동해야 할 때도 그렇게 하지 못해 또 비효율이 발생하는 이중고(二重苦)를 겪습니다.

대응력이 뛰어난 자동차 공장이라면, 부품이 부족할 때는 아예 계획을 잘 세워 공장을 일괄 중지시킴으로써, 자사 공장인력은 물론 부품업체도 함께 쉬면서 재정비를 할 여유를 갖게 하죠. 그리고 공장 쉬는 동안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부품이 채워졌을 때 그간 못 만들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완성차·부품업체 일심동체로 가동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GM의 메리 바라(Mary Bara) CEO는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생산직 고용 유지 협박과 전미자동차노조(UAW)의 40일 동안의 50년래 최장기 총파업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녀는 1만6000명의 감원과 공장폐쇄를 단행했고 이후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조직을 바꿔나가고 있다. /GM

◇2009년 망했다 새로 태어난 GM, 2019년의 40일간 최장 총파업에도 굴하지 않고 전략적 구조조정 단행해 전기차 중심으로 조직 재편 성공

하지만 현대차에서는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된지 오래입니다. 쉬는 게 효율적인 때에 쉬지 못하고, 스피드업하는 게 효율적인 때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공장이 돼 버린 것이죠. 이게 2021년 한국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현실입니다. 해외 자동차회사 공장의 경우, 필요시엔 주·야·주말 3교대로 풀가동되고, 라인 간 작업자 이동도 수일간의 재교육으로 신속하게 투입되는 게 일반화돼 있습니다. 국내에선 꿈도 못 꾸는 일들이죠.

국내 노사문제의 암울한 현실을 하나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작년 9월 현대차 노사가 11년 만의 기본급 동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이 들렸었는데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합친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잘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작년의 협상 타결은 현대차 노조원 5만명 중 절반이 넘는 52.8%가 노사 합의안에 찬성한 덕분이었지만, 사업장별 투표 결과를 뜯어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울산·아산·전주 등 공장 생산직은 찬성률이 60~70%에 달했던 반면, 현대차 연구개발의 본산인 남양연구소 연구직은 거의 전원이 합의안에 반대했던 것이죠. 남양연구소 직원은 약 1만2000명 정도인데, 투표권을 가지는 노조원은 과거 직급 기준으로 대리 이하, 전체 직원의 절반인 6000명 수준입니다. 이들이 반대표를 던져 전체 찬성률을 50% 초반대로 끌어내렸다는 것입니다.

생산직 다수가 찬성한 합의안을 왜 연구소 엔지니어들은 결사반대했을까요? 직군별 임금구조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생산직은 근속연수가 20~30년에 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승급으로 인해 이미 기본급이 상당 수준에 달해 있고요. 기본급이 동결되는 것은 아쉽지만, 성과금·격려금 등이 더 우선인데다,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정년까지 1년 연장해줌으로써 찬성표로 많이 돌아선 것이지요.

반면 연구직 중 투표권을 가진 직원들은 2010년대에 입사해 근속연수가 10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기본급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기본급이 오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고령화된 생산직에는 당근 역할을 제대로 한 정년 1년 연장이 이들에게는 소용이 될 리 없지요.

이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현대차, 그리고 현대차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처우에 대한 개선이 현대차 내에서 단순 생산직이나 하이테크 연구원이나 큰 차등을 두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앞으로 점점 덜 중요해지는 생산직 노동자가 많은 임금을 받고, 숫자도 훨씬 많으며, 노동유연성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반면 현대차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인 젊은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젊고 유능한 엔지니어들일수록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두 번째는 탁월한 엔지니어, 혹은 무능한 엔지니어에 대한 상벌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입사한 지 10년 이내의 엔지니어들은 노조 소속인데요. 뛰어난 엔지니어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기도 어렵지만, 일을 게을리하거나 자질·노력이 부족한 엔지니어를 충분한 자극을 주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개발자에 따라 하는 일이나 성과에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는데, 보상 체계를 연동하는 것이 잘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이 조금씩 썩게 될 우려가 있지요. 정말 뛰어나고 열심히 하려는 엔지니어, 혹은 형식보다 일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어하는 엔지니어들이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거나 의욕을 잃게 되기 쉽습니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변화, 산업 자체가 노동(조립인력)집약에서 기술(엔지니어)집약으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과 정면 위배되는 것이죠. 일단 생산부문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현대자동차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연구집단마저 앞서 말씀드린 문제로 인해 경쟁력이 손상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노조문제가 생산·판매·정비를 넘어, 핵심경쟁력인 연구개발직의 일하는 문화까지 망가뜨리고 있다고 볼 소지가 있는 대목입니다.

CASE(통신연결·자율주행·공유서비스·전기차) 흐름에 따라 결국 생산직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CASE에 필요한 연구개발직은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질 텐데요. 이 양쪽의 변화 모두에서 빠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GM의 고졸 견습공 출신으로 37년 간 생산·개발 현장 거쳐 CEO 된 메리 바라, 정치권·노동계 설득하면서 CASE 대비한 구조조정 착실히 진행

과거 강성노조와 비효율의 상징이었던 미국 GM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GM이 그렇게 된 이유를 단 하나만 들라면, 노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못해 계속 병을 키워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급을 꼬박꼬박 줘야 하는 유휴인력이 너무 많았고 연금·의료보험 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했죠. 이른바 ‘과거유산에 대한 비용(Legacy Cost)’이 너무 많아 경쟁력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GM은 연금·의료 서비스가 주업인데, 어쩌다보니 자동차도 만들고 있는 회사’라는 농담이 나온 배경이기도 했지요.

GM이 경쟁력을 잃어갔던 것은 지난 수십년간 GM 최고경영자들이 끊임없이 오판했기 때문입니다. GM 경영자들은 재임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면 그만이고, 노사문제처럼 시끄럽고 민감한 부분은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당시 GM의 장기계획은 3년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 이상은 CEO 지속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의미 없다는 것이었죠. 분기마다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GM처럼 거대한 자동차기업의 장기목표 수립을 어렵게 했던 것입니다. 해당 CEO에게는 의미 없을지 모르지만, 회사에는 너무나 중요한 일인데도 말이죠. 그렇게 GM 노조 문제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GM과 노조 간의 단체협약 맨 아래엔 두 곳의 서명란이 있습니다. 하나는 노조위원장 것이지만, 또 하나는 누구 것일까요? 바로 사측 최고경영자의 것입니다. 회사 장래를 생각할 때 GM의 경영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수십 년 전부터 손을 대야만 했습니다. 이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뒀다는 건 의사가 환자의 병을 알고도 전혀 손을 쓰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던 겁니다.

당시 GM 내부에 뛰어난 차를 만들고, 자동차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는 전문가들이 없었을까요? 없었을 리가요. 당연히 있었죠.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래서 악성 노사관계가 무섭다는 것입니다. 뛰어난 미국의 제조업이 망가지고, 뛰어난 전문가들은 울분만 삼킨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죠. 그러다 GM은 2008년의 리먼 쇼크, 그에 따른 자동차판매 급감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고, 난세는 영웅을 만듭니다. 새로 태어난 GM의 과도기 경영자들이 물러난 뒤, 2014년 GM CEO에 취임한 메리 바라가 바로 그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120년 미국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이자, GM공장 고졸(高卒) 견습공으로 시작해 37년간 GM의 생산과 개발 현장을 누빈 인물, GM의 그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안다는 그녀가 마침내 미국 자동차업계 수장에 오른 순간이었습니다.

메리 바라 CEO는 취임 이후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기차 집중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초석을 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때 GM은 미국과 중국을 핵심 시장으로 규정하고 그 외 시장에서는 조직·자산을 슬림화했습니다. 2017년엔 유럽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같은 해 인도 시장에서도 철수했죠.

이후 GM은 기존 사업의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전동화나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1월 공표한 미국 사업의 재편 계획은 그런 전략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018년 11월 26일 GM은 1만4800명을 감원하고 미국 내 4개 공장과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는 바라 CEO에게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공언하던 때였으니까요. 자동차업계 수장 격인 그녀가 대규모 공장폐쇄·감원을 발표한다는 것은 GM 내부적으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 CEO에게 불같이 화를 냈죠. 당시 바라 CEO는 “GM이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와 조직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결국은 GM이 미국의 고용과 경제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며, 정치권을 설득하는데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정치권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019년 GM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무려 40일 연속 총파업을 단행했으니까요. GM의 지난 50년 간 파업 중 가장 길었습니다. 파업기간 GM 이 생산중단으로 입은 손실은 하루 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메리 바라는 굴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노조·정치권을 설득해 결국 자신이 발표했던 구조조정 계획을 대부분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난달 17일 GM은 22억 달러를 들여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면 개수된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의 개업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UAW(전미자동차노조)와 GM 지부 간부들, 공장 종업원들이 모두 모였다. 바이든은 지난 8월 대통령령에서 신차판매의 전기차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바이든의 간판정책 중 하나인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사회보장 관련 세출법안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1만2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Tech Xplore

◇GM, 전기 픽업트럭 발표 불과 2년 만에 전용 공장 가동... 공장 개업식에 온 바이든 대통령,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 전폭 지원 밝히며 호응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35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35년에 가솔린차 판매를 전면중단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원가절감능력과 확장성이 뛰어난 전기차 하드웨어(배터리와 전기·전자아키텍처 포함) 플랫폼인 ‘얼티엄(Ultium)’, OTA(무선업데이트)를 가능케 해 서비스로 돈 벌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얼티파이’를 2024년 전후로 완성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인력 구조조정(한쪽에서는 감원, 다른 한쪽에서는 증원)이 불가피한데요. 이를 위해 정치권과 노동계를 끝까지 설득해 나가면서, GM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GM이 과거에 기술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전기차 관련 기술과 인사이트도 그 어떤 경쟁업체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모든 기술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미래기술에 적극 투자하지 못했던 이유는 조직이 너무 비대하고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라 CEO는 이 부분도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발표된 GM 결산에 따르면, GM의 올해 1~9월 매출은 934억2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2억7800만 달러(약 10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2.3배나 증가했습니다. 의도된 조직 축소, 그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판매량 감소, 팬데믹에 따른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이익을 내면서 미래 투자의 실탄을 계속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달 17일 GM은 22억 달러를 들여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면 개수된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 개업 행사를 열었습니다. GM이 전기 픽업트럭·SUV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2년도 안 돼 공장 가동까지 마친 것입니다. 과거 GM 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피드이고, 현재의 업계 표준 개발속도와 비교해도 대단히 빠른 것입니다. 그만큼 GM이 민첩하고 목표 지향적인 조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팩토리 제로(zero)’로 이름 붙은 이 공장에서는 2022년형 허머 EV, 2024년형 허머 EV SUV, 그리고 이후 쉐보레 실버라도 EV, 크루즈 오리진 외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풀가동 시 22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개업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UAW(전미자동차노조)와 GM 지부 간부들, 공장 종업원들이 총집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을 시찰하면서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바이든은 지난 8월 대통령령에서 신차판매의 전기차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요. 바이든의 간판정책 중 하나인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사회보장 관련 세출법안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1만2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100년만의 모빌리티 혁명에도, 한국은 파업 지속, 공장 유연성 저하, 강성노조 집권 등 과거 유산에 머물러... 이대로 가면 경쟁력 잃는게 당연할 수도

바라 GM CEO의 완전한 성공을 판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이미 7년간의 장기경영을 통해 충분히 성과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녀는 정치권과 노조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중심의 회사, 그 기술을 통해 서비스 수익을 확대해나가는 회사로 GM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단기 경영계획만 존재했던 GM이 장기적인 계획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회사로 변신한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가 GM을 대단치 않게 볼 수 있을까요? 전기차 전략과 실행에 대해 GM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게 아닐까요? GM은 자신들의 과거에서 배우고 확실하게 거듭났는데, 우리는 과거 GM의 노조·리더 문제점, 그리고 바뀐 GM의 모습에서 제대로 배우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의 현대차, 혹은 한국 자동차업계 노사관계 책임이 온전히 노조 측에만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노조는 경영진의 거울’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상황을 개선 못한다면 100년 만에 찾아온 모빌리티 혁명 시기에 우리의 경쟁력이 계속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겁니다. 강력한 결단과 대타협, 지금은 비정해 보이더라도 미래의 대선(大善)을 이루기 위한 구조조정(총량 감원이 아니라 인력·조직 구조의 변화)을 더 늦춘다면, 한국 자동차산업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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