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비밀을 아직도 캐지 않는 자동차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전기차로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네, 테슬라가 지난 4월 가동한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4월7일 유튜버·고객·관계자 한정으로 공장 오프닝 행사인 ‘사이버 로데오’를 열었는데요. 아직 이 공장의 전모가 알려진 것은 아닙니다. 테슬라가 주류 미디어를 초청한 것도, 공장 내부를 속속들이 공개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날 머스크의 발표에 따르면, 이 공장은 자사 SUV인 ‘모델Y’를 연 50만대 규모로 생산하며 내년부터는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도 추가 생산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테슬라 오스틴 공장은 전 세계 자동차회사가 자사의 에이스 생기(생산기술) 엔지니어를 잠입시켜서라도 노하우를 파악해볼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미래 전기차 생산기술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월7일 유튜버·고객·관계자 한정으로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오프닝 행사 ‘사이버 로데오’를 열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무대에 등장한 머스크. /테슬라 동영상 캡처

◇지난 4월 가동한 테슬라 오스틴 공장,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핵심부품 한 곳에 내재화한 최초의 전기차 공장... 완전체에 가까운 일관생산이 높은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져

흔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배터리·모터만 얹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고도 하죠. 기존 자동차회사는 제조 기반이 완비돼 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전기차 제조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제조 자체는 자동차 좀 만들어본 회사라면 어디든 할 수 있지만, ‘성능이 더 뛰어난 전기차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드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세계적인 인플레와 공급부족으로 전기차의 가격경쟁력, 제조원가 경쟁력의 중요성이 덜 드러나고 있지만, 보조금이 사라져도 판매를 계속 늘릴 원가 경쟁력이 조만간 매우 중요해질 겁니다.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생산이 어떻게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죠.

◇대량생산의 상식인 컨베이어 쓰지 않고, AGV(무인운반차량) 위에 차량 얹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 유연성과 스피드 극대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테슬라가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가치가 정의되는 차량), OTA(Over The Air·무선 업데이트로 차량 성능을 조정·개선하는 것)를 통해 구독경제를 만들고 소프트웨어로 주로 돈을 벌겠다는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겁니다.

따라서 테슬라가 지금 단계에서 주력하는 것은 생산의 스케일업, 집중화와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생산코스트 인하입니다. 성능이 더 좋은 전기차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 수 있다면, 테슬라가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기 전까지, 안정적으로 보급 대수를 늘려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슬라의 재무구조는 인플레·공급부족 상황에서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4월 20일 발표한 올 1분기(1~3월) 결산에 따르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6배 성장한 33억1800만 달러로 과거 최고를 경신했습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한 187억5600만 달러, 판매 대수는 68% 증가한 31만 48대였습니다. 특히 수익성이 급상승했는데요. 전년 동기 5.7%였던 영업이익률은 자동차 대기업에서 단연 톱인 19.2%로 높아졌습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의 역풍 속에서도 가격 전가 등에 성공하면서, 판매 성장을 웃도는 매출 증가를 실현하며 수익성을 높인 겁니다.

◇테슬라, 오스틴 공장 초기 투자는 1조원대이지만, 장기적으로 12조원 이상 투자 계획... 내년 사이버트럭 투입과 함께 단일공장 기준 연산 100만대의 자이언트 EV팩토리 등장할듯

물론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이 계속 되고 있어 올해 가동한 베를린 공장과 오스틴 공장이 풀캐퍼로 생산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제껏 판매량의 95%를 모델3와 파생차종인 모델Y 등 2개 차종으로 감당해 왔죠. 내년부터는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차종인 픽업트럭(사이버트럭)을 양산할 예정이기 때문에, 생산량만 받쳐준다면 매출·수익에서 또 한 번 도약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모든 것이 바로 오스틴 공장의 생산능력, 원가경쟁력에 달렸지요.

오스틴 공장이 문 연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전기차로 승리하겠다”고 말하면서 아직 오스틴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 하지 않는 자동차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어두울지 모릅니다. 자세한 것은 해당 전문가들이 더 파악해주기를 바라지만, 일단 테슬라 오스틴 공장 오프닝 행사에 참가한 유튜버 등의 업로드 영상 등을 토대로 이 공장의 무서운 생산 경쟁력에 대해 5가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테슬라가 지난 4월 가동에 들어간 오스틴 공장의 세웠을 때 모습. 실제로는 눕혀져 있다. 버즈 칼리파 빌딩보다도 훨씬 높고 거대하다. /테슬라 동영상 캡처

◇1. 4층에서 배터리셀, 3층에서 배터리팩, 2층에서 완성차 조립하는 완전체의 ‘일관생산 시스템’... 중력 활용해 부품 이동의 효율성 추구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핵심은 배터리 셀부터 팩, 차체·도장·조립까지의 공정을 같은 공장 내에서 하는 완전체에 가까운 ‘일관생산’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셀은 물론 수많은 부품이 공급업체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완성차회사 조립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일관생산이라면 ‘물건을 운반하는 데서 오는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생산 속도나 비용면에서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오스틴공장 오프닝 행사에 참석했던 차량분석 전문가 샌디 먼로(73)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Munro&Associates) 대표에 따르면, 오스틴 공장은 4층 구조로 돼 있습니다. 신형의 원통형 배터리 ‘4680′ 배터리 셀은 4층에서 생산된 뒤 바닥을 통과해 3층으로 떨어뜨려지고요. 3층에서는 이 셀을 받아 배터리 팩으로 조립합니다. 이후 완성된 배터리 팩은 3층에서 대기해 있다가, 2층에 있는 완성차 조립 공정의 필요에 따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뜨려지는 구조입니다.

먼로가 언급한 4층 구조의 공장,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모두 한 곳에서 만드는 일관생산, 이전 단계의 무거운 부품을 중력을 활용해 아래로 이동시키는 구조 등은 기발할 뿐 아니라 효율 극대화에 대한 깊은 고민의 산물입니다.

우선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의 일관생산 얘기부터 해볼게요. 편의상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기차에서 가장 비싸고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는 기본 단위인 셀, 셀을 이어붙인 모듈, 모듈을 이어붙여 차 한 대에 맞게 세팅한 팩 등 3단계로 구분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만드는 것은 이 중 셀입니다. 현대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완성차회사는 외부의 배터리전문업체, 혹은 배터리업체와 합작한 회사에서 만든 셀을 받아다가 본인들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팩의 형태로 중간가공하게 됩니다.

이런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을 설명해 볼게요. 셀은 LG에너지솔루션 등 외부 배터리회사에서 만들죠. 이 셀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산하의 부품회사 혹은 합작사로 옮겨 팩으로 조립합니다. 단순조립은 아니고요. 배터리관리를 위한 센서·열방출시스템,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는 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터리팩은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으로 옮겨집니다. 현대차 공장은 내연차 위주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내연차 공장에서 전기차도 함께 생산됩니다.

위의 방식은 부품 이동에 드는 시간·공간 낭비가 꽤 있습니다. 또 전기차 생산에서 원가가 가장 높은 셀 자체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김으로써, 원가억제력·안정조달능력 등이 훼손될 우려가 있지요.

테슬라도 그동안 셀(원통형 전지)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한국 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 조달해 왔는데, 신형 배터리인 ‘4680′은 오스틴 공장에서 자체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을 수직통합한 것으로 유명한데, 유일하게 내재화가 안 됐던 아킬레스건이 배터리 셀이었거든요. 오스틴 공장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한 첫 번째 완성차 업체가 된 셈입니다. 이 공장은 세계최대 규모의 단일 자동차공장(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포함해서)일 뿐 아니라, (모든 배터리 전문업체를 포함해서) 세계최대 규모의 셀 생산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틴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첫 차종인 모델Y에는 지름이 기존 제품의 2배 이상, 용량이 약 5배인 신형 원통형 배터리인 ‘4680′이 탑재되는데요. 대형화에 의한 부품 수 삭감 등에 의해,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용량당 생산 코스트를 2020년 대비 반값 이하로 만드는 것(56%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그동안 전기차 한 대에 수천 개의 원통형 전지를 탑재해 왔지만, 대형인 4680을 사용하면 대당 1000개 안팎이면 됩니다. 탑재하는 배터리와 냉각용 배관이 줄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 코스트를 삭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 4월 테슬라의 1분기 결산 발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상하이에 이어 3번째인) 베를린 공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4번째인) 오스틴 공장에서는 올해 3분기부터 4분기에 걸쳐 4680 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그전까지는 기존 배터리를 쓰는 듯) 따라서 완벽한 양산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어 보이긴 합니다.

정리하면, 테슬라 오스틴 공장은 배터리 셀부터 최종제품(전기차)까지 단일 공장에서 일관생산합니다. 배터리뿐 아니라 모터·인버터 등의 핵심 부품도 내재화하고 있죠. 반면에 현대차의 경우(다른 회사도 대부분 마찬가지), 모터·인버터 등도 각각 외부 혹은 내부의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 자사 완성차 공장으로 가져 오게 됩니다.

테슬라 오스틴공장의 경우, 일단 원가가 가장 높은 배터리셀을 자체생산하는 것에서 오는 경쟁력 향상이 있을 테고요. 셀부터 팩까지 한곳에서 생산해 바로 차량에 장착한다는 것, 이뿐 아니라 모터·인버터 등 원가가 높고 무거운 부품 대부분을 한 곳에서 생산하는 것에서 오는 물류·생산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특히 공장 4층에서 셀을 제조하고, 그 셀을 3층으로 내려 팩을 제조하고, 그 팩을 다시 2층으로 내려 최종조립하는 형태는, 부품의 이동거리·시간을 단축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무릎을 치게 하는 것은 무거운 부품의 자중(自重)을 활용해 추가 에너지를 많이 들이지 않고 부품을 옮긴다는 아이디어입니다. 가장 작고 가벼운 부품인 셀을 4층에 위치시키고, 셀보다 크고 무거운 부품인 팩을 3층, 팩보다 크고 무거운 완성차를 2층에서 제조하는 것은, 중력을 활용해 부품 이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죠. 요즘 유행하는 지속가능한 생산에도 잘 맞는 한편,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의 첫번째 공장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프레스공장(Stamping), 차체공장(Body, 주로 패널의 용접·본딩), 도장공장(Paint), 의장공장(조립공장, General Assembly) 등이 거리를 두고 따로 배치돼 있다. /테슬라 동영상 캡처
테슬라 오스틴공장은 거대한 단일 공장 내부에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공장을 한꺼번에 모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공장 4층에서 셀을 제조하고, 그 셀을 3층으로 내려 팩을 제조하고, 그 팩을 다시 2층으로 내려 최종조립하는 형태는, 부품의 이동거리·시간을 단축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테슬라 동영상 캡처

게다가 테슬라 오스틴공장은 거대한 단일 공장 내부에 프레스공장(Stamping), 차체공장(Body, 주로 패널의 용접·접착), 도장공장(Paint), 그리고 의장공장(조립공장, General Assembly)을 한꺼번에 모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오스틴공장 오프닝 행사에서 자사의 첫번째 완성차 생산거점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최신의 오스틴 공장을 비교했는데요. 프리몬트 공장은 프레스·차체·도장·의장이 각각 별도 건물로 떨어져 있지요. 배터리는 네바다주 공장에서 만들어 프리몬트 공장까지 운반해야 합니다. 프리몬트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존 자동차 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별도 건물끼리가 얼마나 머냐 가까우냐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오스틴 공장 쪽의 동선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오프닝 행사에서는 알루미늄합금을 녹인 뒤 큰 틀에 부어,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한 번에 주조해 낼 수 있는 기계인 ‘기가프레스’의 최신형도 공개됐는데요. 전체 길이 20m, 높이와 폭은 56m로, 기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건물처럼 보였습니다.

현재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Y의 언더바디(하부차체)는 앞쪽을 하나의 주조물, 뒤쪽을 하나의 주조물로 만든 뒤 중앙은 배터리 자체가 차량구조를 지지하는 식입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는 수백개의 금속 패널을 이어붙여 언더바디를 만들어내는데요. 최신 모델Y는 단 3개의 구조물로 단순화되는 거죠.

어떻습니까. 테슬라 오스틴공장은 원가경쟁력의 핵심인 셀부터 거의 모든 핵심부품을 일관생산하고, 부품이동의 동선과 에너지소모를 줄이고, 같은 기능을 하는 부품의 수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형태로 생산경쟁력,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봐야겠죠. 배터리 셀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이곳저곳에서 만드는 탓에 물류에 많은 비용·시간을 들여야 하고, 금속패널 수백개를 이어붙여야 하는 탓에 시간·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기존 회사의 전기차 생산시스템이 어떻게 테슬라 오스틴 공장에 맞설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내연기관차 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미국차가 일본차에 밀렸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GM 공장이 도요타 공장의 경쟁력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기차 시대의 모든 자동차회사는 ‘테슬라 공장의 경쟁력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될지 모릅니다. 철저히 베껴서라도 테슬라의 생산 경쟁력을 따라가든지, 아니면 그들보다 더 나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겁니다. 기존의 방법을 유지해서는 답이 없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테슬라 오스틴 공장에서는 조립 중인 차량이 컨베이어가 아니라 AGV(Automated guided vehicle·무인운반차량) 위에 올려져 라인을 흐른다. 컨베이어라면 결함이 발견될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춰야 하지만, AGV라면 결함 있는 차량만 라인 밖으로 빼내면 된다. /What's inside family 유튜브 캡처

◇2. 자동차 대량생산의 상식인 컨베이어를 AGV(무인운반차량) 방식으로 바꿨다

유튜버들이 올려놓은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조립라인 영상을 보면, 기존 자동차회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눈에 띕니다. 바로 최종 조립라인입니다. 조립 중인 차량이 컨베이어가 아니라 AGV(Automated Guided Vehicle·무인운반차량) 위에 올려져 라인을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컨베이어라면 결함이 발견될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춰야 하지만, AGV라면 결함 있는 차량만 라인 밖으로 빼내면 됩니다. 빼내서 문제를 해결한 뒤에 다시 라인의 흐름 속에 집어넣으면 그만이죠.

자동차공장의 통념은 ‘대량생산에는 컨베이어 시스템’이라는 것인데요. 테슬라가 이 통념을 깬 겁니다. 기존 자동차공장에서도 부품운반 등에 AGV를 활용하기는 하지만, ‘대량생산’에서 조립 차량 전체를 AGV 위에 올린 사례는 테슬라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양산차 회사에서 특정 수요층을 위해 소량생산하는 차량은 제외)

차량을 AGV에 올려 조립하는 방식의 장점은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을 줄이고 늘리는 것, 차종 배분 등이 컨베이어 방식보다 더 빠르고 자유롭습니다. AGV 방식의 기본 콘셉트는 신규 차종을 만들 때에도 라인 변경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기존 자동차회사의 공장은 신차종 도입 때마다 기본적으로 조립라인을 새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자동차회사 홍보자료를 보면, ‘신차종 개발에 수천억원이 투입됐다’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설계만으로는 이렇게 돈이 들지 않는데도 수천억원씩 드는 이유는, 라인을 새로 설치하는 비용이 투자비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라인을 설치하게 되면, 비용도 늘어나고 공사기간도 길어지죠. AGV 방식에서는 이런 비용·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조립차량이 얹히는 AGV는 사실상 로봇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율주행하는 여러 대의 AGV에 조립차량을 얹은, 하나의 거대한 단일 생산시스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대의 AGV가 연계해 서로 거리를 제어하면서 동기화해 움직일 수 있죠. AGV를 쓰더라도 의장(차량 내외장을 붙이는 작업)라인에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AGV를 통해 필요 인원수와 휴먼 에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테슬라 오스틴 공장에서 사용되는 AGV는 무선 콘트롤 뿐 아니라 OTA(Over The Air·무선업데이트)도 가능하겠죠.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만 OTA가 되는 게 아니라, 자사 공장의 AGV도 OTA가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 공장의 레이아웃 변경을 AGV의 OTA를 통해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생산기술 엔지니어들의 꿈인 ‘레이아웃 프리(공장라인의 재배치를 거의 실시간으로 특별한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것)’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죠.

업계 추정에 따르면, 테슬라 오스틴 공장은 생산라인 재구축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공사기간을 기존 자동차 공장 대비 10분의 1 이하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생산라인을 하나 새로 설치하는데, 2주의 시간과 1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단순 계산해 본다면 말입니다. 테슬라가 이를 하루, 100억원 이하로 끝낼 수 있다면, 생산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겠죠.

특히 각 자동차회사마다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미래 전기차 투자비의 양과 질을 잘 비교해 보셔야 하는데요. 이 투자비의 절대 액수에는 그 비용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효율성·경쟁력 등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회사는 전기차 투자에 1조원을 쓰고도, 어떤 회사가 1000억원 쓴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원가경쟁력을 못 갖춘 상태에서 생산 물량만 늘어나면, 오히려 적자가 누적되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지요. 전기차를 나만 만들면 상관없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경쟁자가 더 좋은 성능의 전기차를 더 낮은 원가로 만들어내게 될 텐데요. 원가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차량을 비싸게 만들고도 충분한 마진을 붙여 팔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밑지고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지요.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전기차 생산의 누적적자가 수십조원 단위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품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일관생산, 컨베이어를 버리고 AGV 시스템을 택한 것 등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테슬라의 스케일업이 기존 자동차회사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급격한 증산을 위해 공장을 늘리는 대신, 단일 공장의 ‘리드 타임(자재 투입에서 하나의 제품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를 다시 예로 들어볼게요. 현대차(기아차 포함)는 과거 중국에서 차가 잘 팔리자,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장을 많이 짓기 시작했습니다. 단일 공장의 생산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 공장을 10개나 짓게 됐죠. 그리고 각 공장에 신차종을 투입해 라인을 재설치할 때마다 천억원 단위의 비용이 투입됐습니다. 이 방식의 특징은 차량이 계속 잘 팔리고 늘어나면 문제가 가려지지만, 안 팔리기 시작하면 모든 비용요소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공장 건설 단계에서 생산 유연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부메랑을 맞으면 재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 결과, 연간 250만대에 달했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능력은 고스란히 재앙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중국판매는 50만대도 안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테슬라는 공장 숫자를 늘리는 대신, 단일 공장의 생산 스피드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오스틴 공장은 AGV·기가프레스 등을 총동원해 리드타임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영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죠. 내연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부품 점수와 공정은 최대한 줄이고 설비의 생산 속도는 최대한 높이는 식으로 효율과 생산 유연성을 확보한 것입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것이 생산의 세계만큼 절실한 곳도 없을 겁니다. 주당 1만대를 만드는 공장에서 신차 투입을 위한 라인 설치로 2주를 쉰다면 어떨까요? 대당 4000만원으로 치면, 단순계산으로도 총 8000억원의 돈 벌 기회를 잃게 되는 셈입니다. 또 수요가 달리는데 생산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같은 공장에서라도 생산 스피드를 크게 올릴 수 있다면 경쟁력이 한층 올라가겠죠.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초기투자비는 총 1조원 정도인데요. 일단 모델Y를 연간 50만대 만들게 됩니다. 통상 1조원으로 연산 30만대의 내연차 공장을 만들 수 있는데, 테슬라는 1조원을 들여 내연차보다 비싼 전기차인 모델Y를 연 50만대 생산하는 거죠. 더 중요한 것은 이후입니다. 공장의 확장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오스틴 공장의 첨단 생산기술이 추가 투입 차종에 적용되고 또 그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큰 비용을 더하지 않고도 추가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3. 도요타의 미에루카, 테슬라의 디지털 트윈 테크놀러지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AGV 시스템은 실시간 생산은 물론 생산 도중 혹은 신규차종 투입 시 라인 재설계의 자유도를 크게 높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현실세계의 생산 상황을,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 상에서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개념은 좀 다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 충돌시험을 예로 들어볼게요. 자동차회사는 차량을 실제로 충돌시키지 않더라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부분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는지, 평가기관의 측정기준이 달라졌을 때 차량의 어디를 얼마나 보강해야 하는지 등을 컴퓨터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검증은 물리적인 충돌을 통해 얻지만, 그전에 컴퓨터 작업을 통해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죠.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트윈 기술은 충돌 시뮬레이션을 생산현장에 적용한 것입니다. 현재 생산 중인 차량의 종류 배분, 생산 스피드 등을 바꿀 경우에 나오는 영향은 물론, 신차종 투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컴퓨터 상에서 미리 구현해 점검할 수 있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잘 사용함으로써 테슬라는 투자비용은 물론 양산까지의 리드타임을 크게 줄이고, 품질 안정화도 빨리 이룰 수 있게 됩니다.

테슬라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도요타의 ‘가시화(미에루카·見える化)’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가시화의 핵심은 현장의 문제점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컨베이어 방식, 저스트인타임식 물류의 현란한 기교를 구사하는 도요타에서 가시화는 IT 기술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TPS(Toyota Production System)의 장인들이 필요해지죠. 물론 도요타가 ‘아린’이라는 자체 OS(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 도요타의 생산방식도 혁신을 이룰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린이 차량의 통합 콘트롤 뿐 아니라 설계·제조 분야의 통합 운영까지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요타뿐 아니라 폴크스바겐 등 주요 업체들도 테슬라 오스틴 공장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는 있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 어느 정도로 잘 적용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테슬라의 AGV 방식과 디지털 트윈 기술 역시 현장의 실시간 흐름은 물론, 발생 혹은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점을 찾아 시정한다는 것에선 도요타의 가시화와 비슷합니다. 다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돼 있다는 게 다를 뿐입니다. 유튜버들이 올린 동영상만 보면, AGV 위에 얹힌 차량이 조립되는 광경이 어수선하고 복잡하게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생산기술 엔지니어 눈으로 보면 공장의 거의 모든 흐름이 실시간으로 일목요연하게 모니터링·통제되고 있겠죠.

테슬라 방식이 훌륭한 것은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대부분의 문제를 AGV나 다른 생산설비의 OTA를 통해 곧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시간 혹은 몇 시간이면 대부분의 문제 해결이 가능할 테고, 생산의 레이아웃 전체를 변경하는 대공사도 하루면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도요타의 가시화는 도요타라는 기업의 문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타사에 이식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반면 테슬라의 AGV·디지털트윈은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요. 모든 게 자동화·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앞으로 테슬라가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시스템 전체를 옮기면 됩니다.

테슬라는 2017년쯤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모델3 양산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로봇생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망할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머스크가 ‘생산지옥(Production Hell)’에 빠졌다며 절망하던 그 시기였죠. 그때 뜨거운 맛을 본 머스크는 이후로 자동화에 대해 더 영리한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분은 자동차 조립라인의 자동화를 인간형 로봇이 등장해 인간이 하던 작업을 대체하는 걸로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조립라인에 인간형 로봇이 투입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AGV 자체가 로봇이고, 이런 로봇이 연결된 시스템 자체가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조립작업은 인간을 쓰는 게 훨씬 싸게 먹히기도 합니다. 로봇으로 인간의 섬세한 손기술을 재현하는 것은 현재도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불가능할 것이거든요. 그런 부분은 그냥 인간을 쓰면 됩니다. 다만 도요타의 생산기술 장인도 하기 어려운 거대한 시스템을 자동화하면 되는 거죠. 그것으로 승리하겠다는 것이 테슬라이고, 그 생산경쟁력이 집약된 곳이 바로 오스틴 공장인 겁니다.

테슬라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는 올해 3분기부터 4분기에 걸쳐 4680 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테슬라 동영상 캡처

◇4. 단일 공장 기준 연산 100만대의 ‘자이언트 EV팩토리’ 예고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연차 중심의 기존 회사에서 단일공장의 생산 한계는 대체로 연간 30만~40만대입니다. 테슬라는 작년에 상하이공장에서만 48만4000대를 생산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추가 증설을 통해 몇 년 안에 연간 100만대 생산에도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오스틴 공장으로 돌아와 보죠. 이 공장은 올해 4월부터 본격 가동했는데, 시작부터 연간 50만대의 모델Y를 생산한다고 밝혔습니다. 더 기대되는 것은 내년부터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이 추가된다는 겁니다. 현재도 캘리포니아와 상하이, 베를린 공장을 합친 생산 능력은 연 200만대 정도로, 이미 BMW·벤츠의 각각 연간 판매량에 맞먹는 규모이죠.

하지만 작년 전 세계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약 8100만대였습니다. 테슬라의 작년 세계 판매는 87% 증가한 93만대였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직도 1%대이죠. 내년까지 연산 200만대를 달성한다고 해도 세계시장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할 겁니다. 머스크는 앞으로 10년 안에 연 20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실마리라고 한다면, 이번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연면적이 92만㎡(28만평)로 펜타곤의 3배에 달할 만큼 매우 크고, 초기투자는 10억 달러(1조2000억원)였지만 장기적으로 이 공장에만 100억 달러(12조원) 이상이 투입된다는 사실입니다. 완성차 공장 투자는 1조 원대에서 끝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테슬라가 단일 공장에 1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것은 이 공장이 미래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오스틴 공장에는 추가 생산을 위한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GV 시스템과 공간 여유 등으로 판단했을 때 연산 50만대에서 70만대로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내년 사이버트럭 등이 추가될 경우, 내년 혹은 내후년에 연산 100만대 달성도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스템을 테슬라의 현 4개 공장에 확대한다고 생각해보죠. 캘리포니아 공장은 부지가 좁고 시설 한계가 있어 어렵더라도, 상하이·베를린·오스틴이 2024년까지 각각 연 100만대 가까이 생산한다고 상상해본다면요. 테슬라는 공장을 추가로 짓지 않고도 2024년에 연간 300만대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025년 즉 앞으로 3년 내에 오스틴 수준의 공장을 한 두곳만 더 짓는다고 해도, 연간 500만대 생산을 시야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5.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넘어 SDF(Software Defined Factory)로, 자동차산업 전반의 소프트웨어 퍼스트

AGV 위에 얹힌 차량이 소프트웨어로 통제되며 조립되는 공장을 보면서, 2020년 테슬라 배터리데이에서 머스크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제조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에 대해 아주 깊은 이야기를 했죠. “테슬라 차량은 소프트웨어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런데 자동차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정말 중요하다. 이것이 아주 근본적인 부분이다”라고요.

테슬라가 자율주행이나 구독경제에 대비한 차량 탑재용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나 OS(운영체제)·소프트웨어 등에서 다른 자동차회사를 앞서고 있다는 점은 예전 글에서 여러 번 말씀 드렸는데요. 생산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오스틴 공장에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산업 전체의 소프트웨어화에 있어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장의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설계·제조·판매 전체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거죠.

자동차 자체가 소프트웨어로 가치가 정의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바뀌고 있고, 선봉에 테슬라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완성차 공장 역시 소프트웨어로 가치가 정의되는 공장, 굳이 말하자면 SDF(Software Defined Factory), 일반적으로는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하는 겁니다.

특히 이런 방식의 공장은 설계부터 제조까지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빠르게 수정·보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1주일 한 달 단위로 변경된 기술이 실제 차량 생산에 적용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는데요. 이럴 때마다 설계 고치고, 검증하고, 조립라인 재설치하고, 시험 생산해보고 하는 과정을 거치며 비용·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AGV와 주요 생산설비를 OTA를 통해 그때그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설계·생산 변경이 아주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테슬라생산시스템이 만능은 아닐 겁니다. 4개의 공장만으로 리드타임을 극도로 줄여(생산스피드를 극도로 높여) 증산에 대응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지난 3월 중국 팬데믹에 따른 상하이공장 셧다운 사태에서 보듯, 국지적 리스크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죠. 또 테슬라가 디지털을 포함한 각종 혁신기술을 구사해 생산경쟁력을 높이고 있기는 하나, 만에 하나 고객에게 인도된 제품에서 대량의 결함이 나올 경우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전기차로 승리하려는 회사라면,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비밀을 샅샅이 분석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보물 같은 정보가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를 구독하시면, 목요일 아침마다 모빌리티·테크·비즈니스 관련 새로운 콘텐츠를 보내드립니다. 구독자 전용 글을 받아보시거나 추후 마련될 이벤트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최원석의 디코드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