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중국 베이징 싼리툰 애플스토어에서 광고 중인 '아이폰 13' 그린 제품. /김남희 특파원

애플이 아이폰13을 가장 싸게 파는 나라는 일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에 위치한 시장조사기관인 MM총연이 세계 34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폰13 128GB’의 가격은 일본에서 9만8800엔(세금포함, 한화 94만8000원)으로 가장 쌌다. 가장 비싼 곳은 브라질로 20만7221엔(한화 199만2000원)이었다. 2배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신문이 MM총연을 인용해 보도했다. MM총연은 각국 온라인 직판 가격을 6월 1일 시점의 환율로, 엔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비교 대상은 작년 9월 출시한 아이폰13 시리즈다.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아이폰13 128GB 평균 판매가격은 12만6433엔(약 121만4000원)이었다. 일본이 다른 나라의 평균보다도 20%나 저렴한 것이다. 2위는 홍콩으로 11만1831엔이었다. 세번째는 타이였다. 한국은 네번째로 싼 국가였지만, MM총연 측은 구체적인 가격은 제시하지 않았다. 가격 순위 8위인 미국은 11만6477엔이었다. 일본은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아이폰이 많이 팔리는 국가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이 아이폰이라고 이야기될 정도로 일본인의 아이폰 사랑은 각별하다.

하지만 이번 MM총연의 조사 결과를 보는 일본 네티즌들은 “엔저 때문에 착시일 뿐이고, 우린 여전히 비싸게 구매한다” “앞으로 신제품 출시때 애플이 가격을 엄청나게 올릴 것” “신제품은 앞으로 못 살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애플이 ‘일본 판매가’를 낮춘 게 아니라, 엔화가 1달러에 134~135엔까지 급락,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인 입장에선 호주머니의 엔화로 구매할 때 아이폰 가격은 변하지 않은 것. 문제는 올 9월에 나올 아이폰 신제품이다. 애플 입장에선 달러를 기준으로 일본 판매가를 정할텐데, 당연히 20% 정도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이전과 같은 수준의 판매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아사히신문은 “올 9월쯤 출시할 아이폰 최신시리즈는 작년 아이폰13보다 최대 20%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MM총연의 요코타 히데아키 연구부장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아이폰이 이렇게 싼 일본의 현재 상황은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애플도 앞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