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상원의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당시 여전히 높은 미 물가지표와 뜨거운 고용시장을 들어 0.5%p의 빅스텝 금리인상으로 긴축 속도를 다시 높일 것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이후 터진 SVB발 미 은행권 불안과 금융위기 우려 속에 금리 동결론까지 나오며 긴축 속도를 지난달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2일(현지시각)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 금리는 연 4.75~5.00%로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심화와 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이 초래한 금융불안 등 두 가지 상반된 악재가 겹친 가운데 이같은 선택을 내렸다.

연준은 아울러 올해 최종금리를 전보다 낮은 연 5~5.25%로 예상했다. 연내 한 번쯤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뜻으로, 지난해 12월 예상과 같은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치솟는 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제로금리를 깨고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래 1년간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과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가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이 6%대로 둔화된 지난달엔 처음으로 0.25%포인트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긴축 속도를 늦춘 데 이어 이달 이 인상폭을 유지하며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왔다.

앞서 지난 1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6.0% 상승해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8%대에 달했던 높은 물가상승률보다는 다는 내려간 것이지만, 아직도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만큼 당분간 금리인상을 통한 수요 둔화와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을 정책을 멈추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달 초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의회에 나와 여전히 뜨거운 미 노동시장과 물가지표를 들어 다시 긴축 속도를 높여 ‘빅스텝’ 금리인상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그 직후 터진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과 파산 사태로 위기감이 높아지자, 연준이 금융 안정을 위해 이달 정책 노선을 전면 수정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까지 확산됐다.

미 금융당국이 파산 위기 은행에 대해 예금 전액 보호 등 긴급조치에 나서며 은행 줄도산과 금융위기 위험이 잦아들자, 연준은 이번 회의 때 ‘인플레 대응’과 ‘금융권 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가 당초 거론됐던 ‘빅스텝’이나 금리 동결이 아닌, 그 사이의 0.25%포인트 인상이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미 금리가 연 5%에 달하게 되면서, 지난달 3.5%로 동결한 한국과 금리 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역대 한미 금리 격차 중 최대치다. 안그래도 한국보다 높아진 미 금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안전하면서도 금리까지 높은 미국으로 한국에 투자한 돈이 빠져나가며 자본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