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화폐. /트위터 캡처

일본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인 상품이 나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신용등급이 최고등급인 고객인 경우에 사실상 대출금을 이자 없이 공짜로 빌리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로’ 기준금리인 일본은 예전부터 주택담보대출이 낮긴 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대출 금리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au지분은행이 내놓은 주택담보대출(변동형)의 기준금리는 2.341%인데, 일본에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각 은행이 설정한 기준금리에서 개인 신용도에 따른 우대폭을 뺀 값으로 결정된다. 이 은행의 기준 금리(2.341%)에서 신용 등급을 최고 평가 받고, 다른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최종 금리는 가장 낮은 경우에 0.196%가 된다. 예컨대 au지분은행과 같은 그룹 계열사인 통신업체 KDDI의 이동전화서비스를 받으면서, 이 회사가 제공하는 전력 계약을 맺으면 0.1%가 낮아지는 식이다.

0.196%만 해도 사실상 이자 없는 대출 상품에 가깝다. 이 신문은 “시중은행을 포함해 변동금리가 0.1%대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실질적인 부담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단신이라는 보험을 감안하는 경우다. 단신은 주택담보대출 계약자가 대출금 상환 중에 사망하면 남은 대출금 상환이 면제되는 보험이다.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입원하면 잔여채무 부담을 달어주는 보험 상품도 있다.

au지분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암 진단을 받으면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암 50% 보장 단신’ 상품을 계약자를 대신해 가입해주고 있다. 닛케이는 “원래 발생하는 0.25%의 보험료를 빼면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고 계산했다. 최저 금리인 0.196%를 확보한 계약자가 이 혜택을 누린다고 보면, 실질적으론 마이너스 금리란 것이다.

일본에선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증시 상장한 스미신 SBI 인터넷은행이 금리 인하를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모든 대출 절차를 완료하는 저비용을 무기로,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 시장점유율 5% 정도를 차지했다. 스미신SDI인터넷은행은 이달 최저 적용 금리를 0.299%로 낮췄다. au지분은행의 이번 저리 상품은 스미신SBI인터넷은행에 대항한 상품인 것이다. 시중의 대형은행들도 금리 인하로 대항하고 있다. 일본 3대 은행인 미즈호은행은 인터넷을 통한 주택대출 금리를 최저 0.375%로 제공한다.

일본에선 주택담보대출은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한번 계약을 맺으면, 각종 조건에 따라 해당 가족 전체를 고객으로 장기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 등장한 인터넷은행들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다는 저비용의 강점을 활용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경쟁을 주도하는 것이다.

바탕에는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이 있다. 일본은행은 단기 기준금리를 -0.1%로 삼아, 10년 장기 기준금리를 사실상 0%로 만드는 제로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에서도 장기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은 10년 고정으로 1% 안팎이다. 변동형 금리는 단기 기준금리(-0.1%)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0.2~0.4%의 사실상 이자 제로의 대출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