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제수용 사과와 배가 진열돼 있다. 2024.2.4/뉴스1

사과를 비롯한 과일·식품류 가격 급등은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추세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국) 등 주요 국의 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2~3%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초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가 올 1월에 70달러대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4일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8%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 등으로 2022년 말 10%대까지 상승했던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2.9%)부터 4개월 연속 2%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에너지 가격이 6% 넘게 내려간 결과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최근 7개월(지난해 6~12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13일 발표되는 올해 1월 미국 물가 상승률도 3.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의 물가 상황에 대해 “물가 상승률은 지난 6개월간 충분히 낮았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40여 년 만에 최고치(4.3%)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11~12월 다시 2%대로 하락했다. 독일도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2~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말만 해도 독일의 물가 상승률은 11%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과일 등 주요 신선 식품 가격을 제외하면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월 물가 상승률(2.8%)이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지난달 2.6% 오르는 데 그쳤다. 2021년 11월(2.4%)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동 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