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법칙인 양자역학을 이용한 미래 컴퓨터인 양자 컴퓨터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었던 자연현상 등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양자컴의 활용도와 가능성은 무한해 세계 각국은 핵무기를 개발하듯 양자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은 구글의 양자 컴퓨터 시카모어.

오는 10년뒤 8500억 달러(약 1100조원)의 시장을 열 양자컴퓨터에 도전하기 위해 일본 10개 기술 기업이 올해 국책연구기관과 함께 신(新)회사를 설립한다. 미국의 구글·IBM에 한발 뒤쳐진 일본이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역전을 노리는 것이다. 히노마루(일장기) 양자컴 기업은 오는 2030년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해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보다 하루라도 빨리 양자컴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책연구기관인 자연과학연구기구 분자과학연구소(이하 분자연)가 연내 후지쓰, 히타치제작소, NEC 등 민간 기업 10사와 함께 양자컴 회사를 설립해, 2026년에 시제품을 만들고, 2030년에 세계 최초로 양자컴을 상용화한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분자연이 있는 아이치현에 둔다. 미국 기업들도 2030년에 양자컴 양산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일본의 축적된 독자기술을 활용해 미국과는 다른 기술 방식으로 양자컴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2진수로 계산하는데 반해,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얽힘’ 현상이란 양자역학을 활용해 여러 개의 큐비트로 연산한다. 예컨대 구글은 2018년에 양자역학 기술을 활용해 수퍼컴퓨터가 1만년 걸릴 계산을 3분 만에 끝냈다. 세계 최선두인 구글과 IBM를 포함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은 초전도 방식을 쓴다. 엄청난 극저온으로, 전기 저항을 없앤 초전도의 회로에서 연산을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용화하는데는 넘어야할 기술의 벽이 높다.

일본 양자컴 회사는 초전도 방식이 아닌, ‘냉각원자’라는 신규 방식을 고안했다. 절대영도(섭씨 -273.15도)로 식힌 원자를 양자 비트로 활용해 연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양자비트의 안정성이 높고, 복잡한 계산을 위해 양자컴을 대규모로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냉각원자를 활용하려면 연산시 원자를 조작해야하는데 이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 탓에 주목받지 못했다. 벽을 넘은 건, 2022년 일본 분자연의 물리학자인 오모리 겐지 교수다. 분자연은 독자적인 레이저 기술로, 조작 시간을 10nm(나노는 10억분의 1)초 이하로 낮추는데 성공하고 이런 내용을 영국의 과학지에 발표했다. 현재 냉각원자방식은 일본 분자연과 미국 하버드대학이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양자컴퓨터가 본격 보급기를 맞는 2035년에 최대 8500억 달러의 경제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