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AP 연합뉴스

미국 보건당국이 최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백신 개발에 나섰다.

2일(현지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는 이날 백신 제조 업체인 모더나에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도록 1억7600만 달러(약 2447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는 이미 코로나 때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로 백신을 개발했고 현재 초기 단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당국의 지원 자금은 내년쯤 있을 후기 단계의 임상시험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H5N1이 젖소에서 검출되면서 인간 감염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25일 텍사스주(州)와 캔자스주에서 H5N1 감염 젖소가 처음 발견된 후 현재 12개 주까지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확인된 감염자는 3명으로 모두 젖소 농장 근로자였다.

최근엔 변종 바이러스인 H5N2가 출현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사망한 멕시코 남성에게서 H5N2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남성은 다른 동물과 접촉한 적 없으며 만성 신부전, 당뇨병,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 현미경 사진. /AFP 연합뉴스

조류 인플루엔자는 흔히 ‘조류 독감’으로 불리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야생 조류에게서 먼저 발생해 철새를 통해 대륙 간 이동을 하고, 닭·오리 등 가금류가 철새와 접촉해 감염된다. 고병원성인 H5N1은 변이가 빠르고 다른 동물에게도 쉽게 전이되는 특성을 가진다.

지금까지 H5N1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 사례는 없으나,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옮겨진 적은 많다. WHO 자료에 의하면 인간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경우 사망률은 52%에 달한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코로나 다음 팬데믹이 인플루엔자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시간 문제”라며 “사람에게 전염될 때 사망률은 코로나와 비교해도 상당하다. 아마 25%에서 50% 사이의 치사율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인플루엔자의 경우 갑자기 출현한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오랜 기간 연구가 이루어져 이미 백신이 존재하는 만큼, 팬데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미 보건당국도 현재로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