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 1위로 공무원이 선정됐다. 연평균 7%대 고성장을 이어가며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뛰어 올랐지만, 구직 청년들을 수용할 일자리가 부족해 생긴 현상이다.

22일(현지시각)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연방정부에는 총 72만2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이후 이 자리에는 무려 2억2000만 명이 지원했고 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도 성황을 이룬다. 한 학원 대표는 “연간 약 3만 명이 수업을 듣는다”며 “수강생 취업률은 5~10%에 불과하지만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했다.

인도의 공무원 쏠림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초 현지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서 6만 명의 경찰을 뽑을 때 지원자는 약 500만 명이었다. 2만6000명을 선발하는 중앙 정부 보안 기관 경찰 채용 때도 470만 명이 몰렸다. 작년 정부 부처 사무원과 운전기사 선발 시험에는 7500개 자리를 놓고 260만 명이 경쟁했다.

나라는 나날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무원 지원자가 유독 많은 이유로는 민간 부문의 좋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에선 2017년 이후 매년 200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나온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중 상당수가 정규직이 아닌 자영업과 임시 농장 고용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공무원은 정부가 정년까지 자리를 보장해 주고 의료 보험, 연금, 주택 제공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9년째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수닐 쿠마르(30)는 로이터 통신에 “응시 최고 연령인 32세까지 계속 도전할 계획”이라며 “취업만 된다면 10년을 고생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꿈의 직장’ 1위를 장기간 지킨 적 있다. 다만 최근 조사에서는 그 자리를 기업들에 내줬다. 지난 16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분야별 취업 시험 준비자 수는 일반기업체가 29.7%로 가장 많았다. 일반직 공무원은 23.2%로 2위를 기록했는데,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처음으로 뒤바뀐 순위였다.

올해 5월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2024 청소년 통계’에서도 작년 기준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응답자 29.5%의 선택을 받은 대기업이었다. 국가기관(17.9%)과 공기업(16.1%)이 뒤를 이었고 12.7%를 기록한 자영업이 네 번째였다. 국가기관,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2021년 조사 때와 비교해 감소했고 대기업, 전문직, 자영업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