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5일 뉴욕 증시가 일제히 2.5% 이상 하락해 마감했다. /AFP 연합뉴스

경기침체 우려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해 마감했다. 장 초반 급락세를 보인 뒤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끝내 내림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5일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부 2.5% 이상씩 떨어졌다. 다우 평균은 1033.99포인트(2.60%) 떨어진 3만8703.27, 나스닥은 576.08포인트(3.43%) 내린 1만6200.08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160.23포인트(3.00%) 하락한 5186.33을 보였다. 다우 평균과 S&P500 지수는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낙폭이었다.

◇급락하며 출발한 뉴욕 증시

이날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장 시작 직후인 오전 9시32분 다우 평균은 전 거래일보다 1148.29포인트(2.89%) 떨어진 3만8588.97, S&P500 지수는 218.61포인트(4.09%) 내린 5127.95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967.37포인트(5.77%)나 내려 3만8588.97이었다. 국채금리도 장 초반 급격히 떨어졌다. 이날 오전 한때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0%포인트 급락한 3.68%,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0.14%포인트 떨어진 3.73%를 가리키기도 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개장 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인 65.73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투자자들이 향후 한 달 동안 주가가 얼마나 변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측정한다.

◇대형 기술주 등 대거 하락

이후 미국의 서비스업이 확장세로 전환했다는 소식과 함께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증시는 낙폭을 다소 줄였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PMI 수치가 50 밑이면 경기 위축,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국면을 의미한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고용지표가 기대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침체 상황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또 “경제가 악화하면 연준이 고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시장 매도세가 지속하면서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대형 기술주도 이날 대폭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6.36%, 애플 4.8%, 아마존 4.10%, 마이크로소프트 3.27%, 테슬라 4.23% 하락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5일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연준 금리인하 실기(失期) 논란

이번 사태는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와 연준의 금리동결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했다. 2일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 폭(21만5000명)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5000명)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7월 실업률도 4.3%로 6월(4.1%) 보다 0.2%포인트 상승했고,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지난달 31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해 시장에서는 “경기침체가 닥쳤는데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놓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 여파는 아시아 증시에도 불어 닥쳐 한국 코스피는 8.77%, 일본 닛케이평균은 12.4%, 대만 가권지수는 8.35% 떨어졌다. 미 CNBC는 “경제에 대한 우려와 연준의 느린 듯한 대응 그리고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