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 /AP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직원들이 주 7일, 심지어 오전 2시까지도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고강도 근무 환경에도 회사의 주가 상승과 높은 급여로 이직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 직원 중 다수는 부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도 “회사 가치가 1조 달러를 돌파한 후 이직률이 2023년(5.3%)의 절반인 2.7%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엔비디아 전·현직 직원 1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공개하며 “전현직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 강도로 여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고객을 위한 기술 지원 부서에서 일했던 한 전직 직원 A씨는 “주 7일, 종종 오전 1시나 2시까지 일해야 했다”며 “특히 엔지니어링 팀에 있는 사람들 업무 강도는 더 셌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환경을 ‘압력솥’에 비유하며 회의에서는 소리치며 싸우는 일도 잦았다고 했다. 지난 5월 퇴사한 그는 높은 급여 수준 탓에 퇴사를 결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2022년까지 마케팅팀에서 일한 B씨는 “하루에 7~10회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에 참석한 30명 이상의 사람들이 종종 소리 지르며 싸웠다”면서 “’황금 수갑(인센티브) 덕분에 2년을 참았다. 더 많은 부를 얻을 기회였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2023년 엔비디아 퇴직률은 5.3%였지만, 시총이 1조 달러를 돌파하자 이직률이 2.7%로 절반 가량 떨어졌다. 이는 전체 반도체 산업의 이직률 17.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퇴직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스톡 그랜트(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것)를 언급하며 “직원이 보유한 주식은 일반적으로 4년동안 사용이 가능해서 근속할 유인을 제공한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2019년 이후 3776% 상승하며 지난 6월 시가총액 1위에도 올랐다.

지난 6월 퇴직한 엔비디아의 전직 엔지니어 C씨는 “10년 이상 회사에 근무한 사람들이 은퇴할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음 주식 부여를 기다리며 근속을 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엔지니어 D씨는 “지난해와 올해 엔비디아에서 일하면서 사실상 모든 선임 직원들 사이에서 부자들이 쓰는 표현을 빈번하게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고급 차량이나 휴가용 주택을 사거나, 슈퍼볼이나 NBA 파이널 등 비싼 스포츠 경기 티켓을 구매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부동산 중개인은 “엔비디아 직원이 수백만 달러짜리 주택에 대한 40~60%의 계약금을 선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을 열심히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직 직원들 역시 “젠슨 황은 경쟁사처럼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그들을 몰아붙여 유능한 직원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