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제도 도입 후 14년여 만에 200조원을 넘어섰으나 ‘원리금 보장’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만 퇴직연금을 넣어서는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221조원) 중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긴 돈(198조1000억원)이 89.6%나 된다. 아직 퇴직연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직장인도 많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100세 시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도움을 받아 직장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 7가지를 선정해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그래픽=김성규

①퇴직연금 제도는?

회사가 일시에 지급하는 ‘퇴직금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말 도입됐다. 회사는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와 계약을 맺고 근로자의 퇴직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립하며, 이 돈은 회사(확정급여형·DB형) 또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확정기여형·DC형)해서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 급여로 지급한다. DB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가 퇴직했을 때 줘야 할 예상 금액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어떤 상품으로 운용할지를 정하며, 근로자는 본인의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 DC형은 회사로부터 본인 명의로 개설된 퇴직연금 계좌로 한 달치 월급을 받은 근로자가 예금, 펀드 등 금융 상품에 가입해 스스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②퇴직연금 형식을 중간에 바꿀 수 있나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 근로 기간을 어떻게 소급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예컨대 DB형에서 DC형 전환은 간단하다. 제도 변경일 이전 근로에 해당하는 퇴직 급여는 일시금으로 DC형 계좌에 입금하고 이후에는 DC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는 조금 복잡하다. 원칙적으로 DC형 계좌로 지급된 퇴직 급여를 다시 회사가 회수해 DB형으로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경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 발생하는 퇴직 급여에 대해 DB형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③임금피크제로 퇴직연금이 줄어들 수 있나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로 기간을 곱해서 최종 퇴직 급여를 정한다.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줄면 퇴직 시점에 받는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시행 전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 급여를 정산하고 이후 발생하는 퇴직 급여는 DC형으로 지급받는 것이 좋다. 올해부터 새로운 소득세법이 시행되면서 연금 수령 11년차부터는 퇴직소득세의 70%에서 추가로 10%를 더 인하해주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예컨대 1억원을 20년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지난해까지는 매년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17만5000원(350만원÷20년)으로 같지만, 올해부터는 첫 10년이 17만5000원이고, 11년 차부터는 15만원으로 줄어든다.

④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와 연금으로 받을 때 납세 부담은 어떻게 되나

퇴직 급여를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금 수령 기간에 나눠서 받는다. 예컨대 20년간 일한 직장인의 퇴직 급여가 1억4000만원이라고 할 때 일시금으로 찾을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516만5000원인데,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는 361만5500원(516만5000원X0.7)으로 155만원가량 적다. 또 매년 36만1550원씩을 10년간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적어진다. 또한 퇴직 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금액은 다른 연금 소득과 합산되지 않고 무조건 ‘분리과세’된다. 만약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에 퇴직 급여로 받은 금액 1억4000만원을 1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다른 소득이 있어도 앞서 계산한 세금(36만1550원)을 빼고 매년 1363만8450원을 받을 수 있다.

⑤퇴직연금으로 펀드에 투자하면 세금은 면제인가

일반적으로 금융 상품에 투자해서 이자와 배당 등의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지급하는 금융기관에서 배당 소득세(15.4%)를 원천 징수하고 나머지를 준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발생한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을 다른 소득과 합쳐서 종합 소득으로 과세한다. 하지만 퇴직연금 계좌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 않고 나중에 연금을 찾을 때 기타소득세나 연금소득세로 분리과세 하기 때문에 유리하다. 세율은 수령 방법에 따라 다른데 일시금으로 받으면 16.5%, 연금으로 받으면 3.3~5.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지방세 포함). 연금으로 펀드에 투자하면 수익에 대해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종합과세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따라서 펀드 투자 목적이 노후 자금 마련이라면 일반 펀드에 투자하느니 IRP 계좌나 연금저축 계좌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⑥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주식 투자 등의 ‘고위험’ 운용을 할 수 있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법은 크게 원리금 보장과 실적 배당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은행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으로만 자금을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적 배당형이라고 해도 적립액 전부를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는 없다. 노후 소득 보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DC형도 주식에는 투자할 수 없고, 주식형 펀드는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계좌 잔액의 최고 70%까지만 가능하다. 다만 주식투자 비율이 40%를 넘지 않는 채권 혼합형 펀드나 목표 시점에 따라 자산 비율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는 100% 투자할 수 있다.

⑦퇴직연금을 ETF(상장지수펀드)나 리츠에 투자할 수 있나

가능하다. 다만 ETF는 증권사에서 연금에 가입한 사람만 투자할 수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했다면, 증권사로 적립금을 이체해야 한다. 단 기초 자산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나 기초 지수와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에는 투자할 수 없다. 파생 상품 비율이 높은 원자재(금·은) ETF와 달러 선물 ETF에도 돈을 넣지 못한다. 지난해 말부터 DC형 퇴직연금과 IRP 적립금을 상장 리츠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DB형만 가능했다. 상장 리츠에 투자하려면 주식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를 이용해야 한다.